시집『황금감옥』2008

다리

洪 海 里 2008. 9. 18. 15:13

 

다리

 

홍 해 리

 


한 생이 저무는 늦가을

다리를 끌며 다리를 건너는 이

지고 가는 짐이 얼마나 무거울까


다리 아래서 주워왔다는

서럽고 분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


다리를 건너가는 이는 알까

다리 아래 넘실대는 푸른 물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허방다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두껍다리 건너다 빠진 적은 몇 번이던가


눈감으면 아득하고 눈을 뜨면 막막하다


절벽을 이은 하늘다리도 건넜고

격정과 절망의 다리,

체념과 안분의 다리도 건넜다


발자국 소리 끝없이 이어지고

허위허위 건너는 이승의 다리

처진 어깨 위로 저녁놀이 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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