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만재도晩才島 · 1

洪 海 里 2008. 9. 18. 15:15

 

만재도晩才島·1

 

홍 해 리

 


낮이면

하늘은 어느새 속을 비워 쪽빛을 풀어내고

바다는 그를 따라 제 몸의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밤이 되자

쏟아질 듯 펼쳐져 있는 은하수

이따금 별이 하나씩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쪽빛 바다가 떨어진 별떨기를 챙기고

싱싱한 수평선 한 마리를 물고 있는

고운 해가 빠알갛게 떠올랐다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存이다


섬과 바다가 악기가 되어 물로 켜는

파돗소리를 듣고 있는 텅 빈 분교장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목포로 유학 보낸

젊은 엄마

갯쑥부쟁이꽃을 바라보며 넋을 놓다

물질 나갈 준비에 바쁜 갯마을


자갈 곱게 깔린 앞짝지에서

혼자서 바다랑 놀고 있는 세 살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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