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스크랩] 비타민 시-홍해리 시선집

洪 海 里 2009. 7. 21. 20:19

 

                   내가 홍해리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우리시  정기 낭송회에서 였다.

                우리 시엔 모 시인이 초청하였었는데

                본래 여기저기 다니길 싫어하는 성격이라

                차일피일 미루다 초청한 분을 생각해 마음을 내어 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시 분위기가 차분하고 맘에 들었다.

                그곳에서 내 시 한편 낭송을 한 후,

                뒷풀이에서 홍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처음 뵙게 됐을 때 첫 대화가 생각난다.

 

                "선생님! 전 아무리 시를 잘 써도 사람이 되있질 않으면 절대 함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자 홍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바로 즉답을 내게 내놓으셨다. 

                

                "그런 사람은 절대 우리시에서 오래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봄, 벼락치다

 

                                           홍 해리

 


  천길 낭떠러지다, 봄은.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흔들리는 산자락마다 연분홍 파르티잔들
  역병이 창궐하듯
  여북했으면 저리들일까.

  나무들은 소신공양을 하고 바위마다 향 피워 예불 드리는

데 겨우내 다독였던 몸뚱어리 문 열고 나오는 게 춘향이 여

부없다 아련한 봄날 산것들 분통 챙겨 이리저리 연을 엮고

햇빛이 너무 맑아 내가 날 부르는 소리,

  우주란 본시 한 채의 집이거늘 살피가 어디 있다고 새 날

개 위에도 꽃가지에도 한자리 하지 못하고 잠행하는 바람처

럼 마음의 삭도를 끼고 멍이 드는 윤이월 스무이틀 이마가

서늘한 북한산 기슭으로 도지는 화병,

  벼락치고 있다, 소소명명

 

 

 

 

 

 

 

 

 

 

 

 

 

푸른 느낌표!

- 보세란報歲蘭

 

 

                              홍 해리

 


삼복 더위, 가을을 넘더니

아세亞歲 지나

새해가 온다고, 너는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네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의 무력함――

겨우내 감싸주지 못한

너의 외로움

밤새도록 몸이 뜨겁더니

안개처럼 은밀하니 옷을 벗고

달을 안은 수정 물빛으로

절망의 파편들을 버리고

드디어 현신하다

수없이 날리는 향香의 화살들

눈물겨운 순수의 충격이다

새천년 첫 해오름과

첫날밤의 달빛으로

수천 억겁의 별빛을 모아

내 가슴에 쏟아붓는,

적요의 환희와

관능의 절정

너는 불꽃의 혀로 찍는 황홀한 구두점

또는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金監獄

 

                               홍 해리


나른한 봄날
코피 터진다

꺽정이 같은 놈
황금감옥에 갇혀 있다
금빛 도포를 입고
벙어리뻐꾸기 울듯, 후훗후훗

호박벌 파락파락 날개를 친다

꺽정이란 놈이 이 집 저 집 휘젓고 다녀야
풍년 든다
언제

눈감아도 환하고
신명나게 춤추던 세상 한 번 있었던가


호박꽃도 꽃이냐고
못생긴 여자라 욕하지 마라
티끌세상 무슨 한이 있다고
시집 못 간 처녀들
배꼽 물러 떨어지고 말면 어쩌라고


시비/柴扉 걸지 마라
꺽정이가 날아야
호박 같은 세상 둥글둥글 굴러간다

황금감옥은 네 속에 있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시인이다

                      시 잘 쓰는 것만 가지고는 시인이라 할 수 없다.

                      시는 그런대로 잘 쓰는데 일제에 친일을 했다던지

                      과거 독재정권에 아부했다던지

                      출세를 위해 시를 쓰는 경우,

                      그리곤 시로써 출세해 권세를 즐기는 경우.  

                      그는 글쟁이일 수는 있어도 결코 시인이라 할 수 없다.

                      시인은 글쟁이 이상의 사람이다.  

                      쟁이는 출세와 권력과 돈을 위해 쟁이질을 해도

                      그리 흉은 아니다.

                      그러나 시인이 그런다면 그는 글로 사기치는 사기꾼이다.

                      시로는 사랑, 진리, 평화, 순수 등 

                      온갖 아름다운 수식을 동원해 서정적으로 떠벌여 놓고

                      행동은 영 그거와는 딴 판으로 산다면 그게 사기꾼 아니고 무엇인가?

                      혹, 나도 그런 짓을 하며 사는지 두렵다.

 

                      홍 해리 선생님은 그런 점에서 시 문학계의 독불장군이시다.

                      이건 아부가 아니다! 

                      내가 그 분께 아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까......

                      난 시를 쓰며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다만 있다면 내 마음에 드는 시 몇편 쓰는 것 뿐이 없다. 

                      남이 알아주던 말던....                          

                          그것조차도 다 부질 없는 짓이긴 하지만......

                     

                      그런데 나의 이런 詩觀을 이미 오래 전부터 몸소 실천하고 살아오신

                      분이 계셨으니 그가 바로 홍 해리 선생님이셨다.

                      게다가 시 전체에 흐르는 사상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홍선생님과 인연을 뱆게 됐고 우리 시에 참여하게 됐다.

 

                     

출처 : 시드림(poem dream)
글쓴이 : 시드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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