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아주 짧은 詩, 홍해리 시인의 시말 '뚝!' / 손소운(시인)

洪 海 里 2009. 7. 26. 13:32

내가 읽은 詩 가운데 가장 짧은 시 한 편

 

홍해리 시인의  최근 시선집『비타민 詩』를 세 번째로 읽다가  56쪽에 실려 있는

짧은 시 한 편을 묵독해 본다.

시의 제목「새벽 세 시」는 홍해리 시인이 날마다 어김없이 시를 쓰기 위하여

눈을 뜨고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의 규칙적인 시간이다.

'칸트'가 어김없이 산책을 하던  날마다 오후 세 시처럼,

홍 시인에게 각인된 맑은 의식으로 여는 새벽 시간이다.

아직은 삼라만상이 어둠에 묻혀 있는 칠흑의 시간,

홍 시인은 시라는 이름의 살아 있는 숨, 그리고 생명, 파닥이는 물고기를 잡으려 그물을 준비하면서

새벽바다로 출항을 준비한다.

날마다 새벽의 바다는 홍해리 시인의 맑은 사유와 의식으로 출렁이고 있다.

새벽 세 시의 파도를 타며

빛나는 적막이 눈을 말똥처럼 뜨고 있는 까닭은  바로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다.

이 시간에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습관은 이미 오래된 구원의 의미로 내밀한 시와의 약속 때문이다.

시가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예술이기를 모색하는 구원을 추구하는 시간이다.

홍해리 시인처럼 인생을 시답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으로 시인 같은 생을 살아가는 홍해리 시인이다.

그래서 나는  늘상 홍해리 시인을 시에 앞서 존경하고 있다.

 

 

새벽 세 시 / 홍해리洪海里

 

단단한 어둠이 밤을 내리 찍고 있다

허공에 걸려 있는

칠흑의 도끼

밤은 비명을 치며 깨어지고

빛나는 적막이 눈을 말똥처럼 뜨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참 짧은 시 라고 생각했는데,

홍해리 시선집『비타민 詩』57쪽에서 나의 눈은 그만 정지된 채, 잠시 굳어 버린다.

내가 읽은 시 가운데 가장 짧은 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목은 좀 긴데 시말은 너무 짧은 단 한 글자로 시작하고 끝난다.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 홍해리洪海里

 

뚝!

 

 

 

어쩌면 이렇게 짧게 기화해 버린 것일까?

시인들의 시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시적 언어 형상화의 분포가 있지만 홍해리 시인의 시세계 속에서 사물에 대한 시말의 수사를 이리도 간단하게 한 문자로 표상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놀라운 생각이다.

그렇다, 시의 애초 발원에서 어쩌면 이렇게 단 한 문자로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의 주체적 사유와 의식을 제시하듯 던져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짧은 시의 이면에는 자연과 조응하고 감응하는 적막한 정서에서 기인되는 의식의 문명화된 주체적 투명한 문양들이 문자와 시말 사이에서 갈등하고 역동力動 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말言이 많은 것, 군두더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 버릴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을  가장 싫어 하는

홍 시인의 성격으로는 적막한 시적 순수를 아름답게 최대한으로 요약해 버린 의도적 시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적막 속에서의 시적 심상은 '뚝!' 한마디, 한 문자면 족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시를 쓰면서  너무 말이 많았다는 응고된 수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본다.

시말과 문자의 함수관계 사이에서 혹시 우리는 시말과 문자를 너무 괴롭혀 온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시라는 것은  키도 낮추고 살도 빼고 목소리도 낮추고 자연과 생명의 엄숙한 바람 앞에서

한번 더 버릴 것은 버리고 써야 할 일이라 생각을 해 본다.

적막 속에서,

 

'뚝!'

 

참 기막힌 시를 읽은 기쁨이 자꾸만 선연하게 맛!으로 살아 오른다. 

 

맛이 괜찮은 짧은 시의 맛!을 보다가

짧은 시 몇 편을 소개해 본다.

 

    

       홍해리洪海里 시인

       

        * 충북 청원에서 태어남

        *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

        시집 <화사기花史記> 1975, <무교동>1976, <우리들의 말>1977,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홍해리 시선>1983, <대추꽃 초록빛>1987, <청별淸別>1989, <은자(隱者)의 북>1992,

               <난초밭 일궈 놓고>1994, <투명한 슬픔>1996, <애란(愛蘭>1998, <봄, 벼락치다>2006,

               <푸른 느낌표>2006, <황금감옥>2008, <비타민 詩>2008.

 

         * 현재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이사장

         *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난蘭  /  이외수

 

 

꽃피기 어렵지 않다

그대 열기 어려울 뿐

 

 

 

은행나무 · 2 / 한수재

 

 

사뿐

살을 떼어도  빛나는 웃음

한수재 시집 <싶다가도> 중에서 19쪽>

 

 

 

봄 / 최석우

 

 

봄이 말(言)을 먹는다

 

Spring

 

A flower eats words

 

최석우 시집 <소촉집小燭集> 중에서 24쪽>

 

 

감상 / 손소운孫素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