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말복末伏

洪 海 里 2009. 8. 13. 12:06



 

말복末伏 - 홍해리洪海里

    

드디어

눈이 맑아지고

감청에서 암록으로 다시

기름기가 걷히고 남는

백색 여운

한 시대도

도장徒長했던 이파리들도

무덥고 기인 밤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균형이 잡혀

이마에 와 부딪히는

물빛 바람빛 산빛 구름빛 살빛도

그물에 걸리지 않고

눈으로 가슴으로

햇살이 날아와 꽂힌다

 

 

번쩍이는 칼날

똑바로 떠라 똑바로

어쩔 수 없이 여름은 지나가고

하얀 뼈다귀

골목마다 가득히 쌓인다

하늘에 먼저 가을이 와서

구름장마다 가벼운 날개가 돋혀

어두운 우리들의 눈알을 모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집『우리들의 말』1977)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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