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洪 海 里
올갱이 원조 상주집에서 쫓겨나고
버섯찌개 유명한 경주집에서도
아침부터 문전박대, 푸대접 받고,
'1인분은 안 되는데요!'
문전걸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가면 밥도 팔지 않는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세상,
혼자婚子야! 그래도 나는 네가 좋다
내가 밥이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이제는 '元朝집'에도, '有名屋'에도 가지 말고 시장골목의 허름한 국밥집이나 찾아가야겠다.
순대국이나 콩나물해장국, 아니면 시래기해장국으로 쓰린 속이나 풀어야겠다.
'어, 시원하다. 주모, 여기 막걸리 한 되 추가요!'
저 석산꽃처럼 환하게 웃는 주모의 얼굴이 달덩이 같다.
- 洪海里
시「혼자」초고
청주 서문동 오거리
올갱이 원조라는 상주집에서 쫓겨나고
버섯찌개가 유명한 경주집에서도
아침부터 문전박대, 푸대접이다.
'1인분은 안 되는데요!'
어쩌란 말인가
내 돈 내고 밥 먹으려는데
혼자 앉아 2인분을 시켜놓고
앞자리에 예쁜 '婚子'라도 앉혀야 하나.
혼자 먹는 밥이 무슨 맛이 있겠는가, 혼자야!
따끈한 밥 한 그릇이면
'죽어도 좋아!' 하던 시절
문전걸식을 해도 밥 한 그릇은
상에 올려내는 게 우리네 인심이었지.
'혼자'야! 그래도 나는 혼자가 좋다.
혼자 가면 밥도 팔지 않는 줄
평생 모르고 산 내가 바보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세상
내가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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