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은자의 북』(1992)에서 · 1

洪 海 里 2009. 10. 13. 17:35

 

   洪海里 시인  

   시집『은자의 북』(1992)에서 

 

서문 - 은자의 북을 위하여 

  지난 '89년에 펴낸 『淸別』이후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80편추려 아홉 번째 시집 『은자의 북』을 울린다.
이렇게 시집을 낼 수 있는 것은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봉

맑고 푸른 자연과 우이동의 평화롭고 한가한 삶의 덕이다. 

북한산은 나의 종교요, 우이동은 내 삶의 원천이요 고향이다. 

<우이동 동인>들과의 '더불어 삶'이 내겐 무엇보다 미덥고 

고마운 힘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말은 '삶'과 '사랑'이다.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사랑은 삶의 꽃이요 힘이다.


  이번에 실은 작품은 정확히 '89년부터 '91년까지의 

내 삶의 편린들이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시련과 

황홀함이 이 기간에 반짝였다.
  시집 사이의 그림은 아끼는 제자 朴興淳 화백이 

맡아 주었다. 그 고마움을 여기 적어 기억하고자 한다.

  읽어 주는 이 없는 시집을 내면서 신들린 듯 살고 싶다는 

생각을 모아 머릿글을 적는다.

임신년 뻐꾹새 울 때
洗蘭軒에서 

洪海里 적음.

 

 

 

 

은자의 북 - 서시 / 홍해리

 

 

나의 詩는 북, 은자의 북이다
삶의 빛과 향으로 엮는
생명의 속삭임과
격랑으로 우는,

북한산 물소리에 눈을 씻고
새소리로 귀를 채워
바람소리, 흙냄새로 마음 울리는
나의 시는 북이다, 隱者의 북.

 

 

 

 

지는 꽃 / 홍해리

 

 

오늘은
나도 쓸쓸히
너도
쓸쓸하게
서로를 방생하고 있다

내 추억의 강으로
네 사랑의 바다로

안개그리움이 뿌옇게
뿌옇게 눈에 어리고

드디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가슴

가끔
낙뢰가 울어
한 생애를 일깨우지만
낭자한 꽃이파리 …

물 위에 뜨다

 

 

 

 

가을이 오면 / 홍해리

 

 

가을이 오면
먼저 떠나간 시인들의 눈빛이
비취로 풀려 하늘에 찬다
하늘 가득 보석으로 반짝이다
지상으로 지상으로 내린다
그들이 남겨놓은 노래들이
노을처럼 그리움처럼
밤새도록 적막강산을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저녁이 와도
등불을 밝히지 못한다

가을이 오면
허공중에 떠돌던
마른 뼈다귀 같은 비애를 안고
가을걷이 끝난 들판으로 가라
한 줄의 시를 찾아
허수아비 목쉰 노래를 따라가면
저 높고 푸른 하늘밑
누구도 채우지 못하는 공간을
맑은 영혼의 가락으로
저들 노래들이 와 선다.

 

 

 

 

바람의 말 / 홍해리

 

혀끝에 불꽃을 물고 있는 사람아
그 사람 살 속에 집 한 채 세우고
한 오백 년 꿈인 듯 살고 싶어라
한 오십 년 살고 나니 욕심만 느네
삶이란 섞이면서 섞으며 사는 일
살 풀고 몸을 섞어 기운을 모아
네 속에 녹아들고 녹으면서 사는 일
너를 안고 강물 되어 흐르고 싶어라
천년 만년 구비구비 흐르고 싶어라
너도 몰래 네 속을 들락이는 나
높고 낮고 깊고 넓고 밝고 어둔 곳
어딘들 내가 네게 없더냐
때로는 하늘로 땅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진달래 복사꽃 녹아나는 들찔레
아카시아 밤꽃 피어 까물치는 밤마다
날새도록 철썩이는 파돗소리
언젠들 내가 네게 없더냐
짧고 길게 강하고 여리게
비 몰아 구름 몰아 쏟아붓고져
빠르고 강하게 여리고 느리게
느리게 빠르게 여리게 강하게.

  

 

 

사치시奢侈詩 / 홍해리

 

 

밥이 되나 술이 되나
시를 써 뭘 해
밤낮없는 음풍명월
세월은 가고
끼룩 끼이룩 기러기 하늘

돈 나오나 떡 나오나
시는 써 뭘 해
꽃놀음 새타령에
나이는 들고
꺼억 꺼억꺽 벙어리 울음

천년 울면 눈트일까
목타는 길을
푸른 가약 하나 없이
홀로 가는 비바람 속
눈물로나 비출까 끼룩 끼이룩.

 

 

 

 

가을 연가 / 홍해리

 

 

이런
저녁녘에 홀로 서서
그대여
내 그대에게서
숨 막히게 끝없는 바다를 보노니,

그 바다를 가로지르는
맑은 바람 속에서
물소리에 씻겨
막막하던 푸르름
애타던 일
모두 잔잔해지고,

맑은 넋의 살 속
흘러가는 세월의 기슭에
그리움이란 말 한 마디
새기고 새기노니,

기다린다는
쓸쓸함이란 아픔도
화려하기만 한
이런 가을 저녁에
그대여.

 

 

 Man on the hill

 

 

바다에서는 / 홍해리

 

 

바다에서는
시인이 따로 없다

어부에게는 바다가
시요

갈매기는 하늘의
시요

선장에게는 파도가
시니

시인은 이미
시인이 아니다

바다에서는. 

 

 

밤바다 / 홍해리

 

별들은 밤마다 몸을 씻는다
바다에 내려와 몸을 씻는다
물때 썰때 따로 없는 바다에서
올 데 갈 데 없는 사내들이
별 하나 입에 물고 투정을 한다
한 움큼의 별들을 가슴에 품고
여자들이 바다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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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靑山島 / 홍해리

 

 

겨울인데도
아이들은 맑은 고추를 내놓고 있었다
바닷가에 을씨년스레 엎어져 있는
폐선을 올라타고
바다를 향해 고추를 털고 있었다
저들끼리 지껄이는 소리
바다가 집어먹고
한참만에야 낄낄대는 웃음소리만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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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詩 / 홍해리

 

 

죽을 줄 모르고 살던
꿈 같은 시절도

이제 낙엽이 쓸고 간 산하
눈이 내리고 …

서산으로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해 지고 달 오르면
다시 접는 마음자락

어둠만 겹겹이 차
이름 하나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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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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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