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은자의 북』(1992)에서 · 3

洪 海 里 2009. 10. 13. 17:13

洪海里 시집『은자의 북』(1992)에서

 

  

   洪海里 시인 

   시집『은자의 북』(1992)

 

Ships of the Desert in Sepia

 

 

세란헌洗蘭軒 / 홍해리

 

 

하늘이 씻은 너를 내 다시 씻노니
내 몸에 끼는 덧없는 세월의 티끌
부질없이 헛되고 헛된 일이 어리석구나
동향마루 바람이 언뜻 눈썹에 차다.

 

 

* 세란헌 : 우이동에서 난을 기르고 있는 달팽이집만한 마루임

 

 

contemplation

 

 

허기 / 홍해리

 

 

허공대천에 떠 있는
나의 작은 섬
주인도 없는 무인도
그 위에 떠도는
무한천공의 가락
나의
운율.

 

sleeping

 

 

자연법 / 홍해리

 

 

아주 잘 익은 단감 속에는
그 보드라운 진홍의 살 속에는
징그러운 벌레가 살고 있듯이
음흉스레 깃들어 숨어 살듯이.

우리 사는 일에도 마가 끼는 법
고요 속에 반란이 숨어 있는 법
그대여, 서둘러서 가는 길에는
귀여운 하늘님의 철퇴가 반짝이나니.

 

 

Stark Watch II

 

 

봄빛詩 / 홍해리

 

저 홀로 시퍼렇게 일어서는 보리밭
그 위를 컹컹컹 날고 있는 검둥이
밭두렁가 찔레꽃빛 독사 혓바닥
할아버지 눈썹 사이 빛나는 봄빛.

 

 

 

Camel Trek

 

 

장미 / 홍해리

 

 

빨갛게


소리치는



싸 ·늘 ·함.

 

 

A rosebud for a friend....

 

 

떠도는 영혼 따라 / 홍해리

 

사람과 사람과 사이 천둥과 번개가 살고 있다
눈짓과 눈짓이 만나 번개치고 천둥이 운다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를 빙빙 떠돌고 있고
신은 검은 꽃을 들고 말없이 웃고 있다.

 

 

Prayer time on the roof

 

폭풍주의보 / 홍해리

 

바다에는 사방팔방으로 길이 있는데
내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뉴스는 계속 발효 중인
폭풍주의보를 반복하다 나흘이 가고
관매도 작은 섬이 바다에 묻혔다
발이 있어도 나가지 못하는 섬
작은 주막에 앉아 
홍주를 마시는 바람부는 날 오후
꽃게의 다리를 꺾으며 꺾으며
지초 뿌릴 넣고 달이고 달인 술
그 빠알간 혓바닥을 빨고 있었다
투명한 됫병 속에 꽃으로 피어 있다가
나도 한 송이 꽃으로 피어 주었다
불꽃보다 더 뜨거운 꽃이 되어
파도치는 부두에 나가
묶인 채 떨고 있는 빈 배를 보았다
세월에 흔들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Wise men...?

 

 

구멍에 대하여 / 홍해리

 

 

구멍이란 말을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시원해진다
공연히 신이 난다
신바람이 인다
여자가 사내보다 하나가 더 많다는 말도
괜스레 짜릿짜릿하게 하지만
똥을 쏘는 일이나
오줌을 싸는 일이 얼마나 통쾌한가
모든 생명은 구멍으로 존재한다
구멍에서 왔다가 구멍으로 돌아간다
식물도 전신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동물은 또 안 그런가
우리 마음에 구멍이 없다면
모두 미친놈이 되고 만다
히히히 미친년이 되고 만다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구멍을 보라
그러나 세상에 비어 있는 구멍은 없다
가락지는 구멍이 있어 발딱발딱 숨을 쉬고
당신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순간과 영원을 이어주는 약속이 된다
가장 완벽한 구멍이면서 무시 당하는
0이라는 숫자의 당당한 존재를 보면
모든 숫자가 무색해질 뿐이다
모든 것을 품어 안고 소유하지 않는가
사형수를 기다리고 있는 올가미의 진실은
만 가지의 화환보다도 화려하다
금반지 보석팔찌보다도 순수하다
천체망원경 속의 광대무변한 우주도
하나의 구멍이다
실로 모든 존재가 구멍 속에서 꽃피지 않는가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구멍이 있을 뿐
구멍은 발견이요 인식이다
아름다운 자궁이다
구멍은 소리의 집이요
입이요 눈이요 코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그 안에 살아 화살을 날린다
화살은 왜 나는가
영원이란 구멍 죽음이란 구멍 삶이란 구멍
아픔이란 구멍 설움이란 구멍 사랑이란 구멍
순간이란 구멍 --- 그 구멍의 구멍을 찾기 위하여.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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