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洪海里 시집『淸別』(1989)에서 · 1

洪 海 里 2009. 10. 1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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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해리 시인  

   시집『淸別』1989 에서

 

영혼의 울림을 위하여 - 서문

  집을 떠나 배를 타고 망망한 바다 그리운 섬으로 떠돌 때면 

나의 시는 확성기를 통해 해면에 깔리는 유행가 한 가락만도 

못하다. 그림 앞에서나 우리의 춤사위를 볼 때도 나의 시는 

맥을 못 춘다. 하물며 자연 앞에서야 그냥 무력해지고 막막할 

뿐이다.

  한 편의 시는 내 영혼의 기록, 그 살로 빚은 한 잔의 독주여야 

하고, 달빛을 교교히 엮어 현현묘묘 울리는 피리 소리... 바로 

그것이어야 한다. 나의 시는 인수봉의 단단한 바위벽에 뿌릴 박고 

천년을 사는 작은 소나무를 싸고 도는 바람소리, 어느 해 남해의 

갑도 절벽 위에서 보았던 정월 초여드렛날의 맑고 푸르른 바닷빛,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우이동 골짜기를 흔들며 피를 찍는 소쩍새 

울음소리, 예송리 바닷가에서 흰 파도에 온몸을 맡기고 우는 환상

의 흑진주 같은 깜돌, 갑자기 확 달려드는 바다 ... 그 검푸른 파도

와 이랑마다 튕겨오르는 아침 햇살의 신선한 감동이고 싶다.

  여기 모은 89편의 작품은 재작년에 낸 일곱 번째 시집 『대추꽃 

초록빛』에 이어진 것들로 발표된 것들만 모은 것이다. 

제1부의 시편들은 겨울마다 섬으로 바다로 떠돌면서 얻은 것들

이고, 제2부의 작품은 주로 꽃과 인사에 관한 것들을 모았고, 

제3부는 서울에서 가장 좋은 동네 우이동의 일지를 기록한 작품

이다.

  80년대를 마무리하는 '89년에 89편의 작품으로 40대를 마감하는 

마흔 아홉의 고개에서 묶는 이 시집을 계기로, 시를 쓰는 일이 

내 육신의 작업과 따로 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그리하여 내 영혼의 울림을 짧고 단단하고 아름답게 그려 보고 

싶다.

1989년 가을 洗蘭軒에서
洪海里 적음

 

 

 

 

 보길도 시편 2 - 쑥돌해안 / 홍해리

 

 

까만 등을
반짝이며
짜그락 짜그락

우는 개구리.

사부작 사부작
겨울바다를
차갑게 차갑게

우는 개구리.

 

 

 

 

 

보길도 시편 - 동백꽃 / 홍해리 

 

기름기 잘잘 도는 섬 여인네
그녀의 정념보다 더 뜨거운 불

동백꽃이 피우는 불길은
기름 도는 초록빛

그 연기가 바다로 바다로 가서
섬을 만들고

섬마다 동백나무 불을 지펴서
떠도는 나그네 가슴 녹이네.

 

 

 

 

보길도 시편 5 - 바다 읽기 / 홍해리

 

 

바다를 읽고 싶어 그 앞에 섰더니
바다가 먼저 나를 읽어 버렸다
갑옷을 입고 있는 그 앞에 서서
나는 마음을 풀 수가 없었다.
 

 

 

 

 

 

 

보길도 시편 9 - 바다에 오면 / 홍해리

 

 

누구나 이곳에 오면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린다

눈에 띄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모두가 다 시요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가 다 시인이니

눈먼 사람 바다로 오라
귀먹은 사람 바다로 오라

이곳에 오면
온전히 살아 있음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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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시편 10 - 淸別 / 홍해리

 

 

창 밖에 동백꽃 빨갛게 피고
구진구진 젖고 있는 겨울비
꽃 속에서 젖은 여인이 걸어나오는
동짓달도 저무는 보길도 부둣가
오후 두 시에서 세 시 사이
차 한잔 시켜 놓고 바다를 본다
고산이 어부사시사를 낚던 바다
빗사이로 보이는 겨울바다
빗방울 하나에도 바다는 깨어지고
동백나무 아래서 작별하는 연인들
어떻게 헤어짐이 청별일까
예송리행 보길여객 미니버스
낮은 목소리로 경적을 토해내고
청별을 연습하는 나그네도
비와 함께 젖고 있는 겨울바다.

 

 

 

 

보길도 시편 18 - 바다와 낙타 / 홍해리

 

 

해질녘 바닷가에 나가 보면
짐 실은 낙타가 바다 위를 가고 있다
수천 수만 마리 열지어 가고 있다
새낄 뱄는지 불룩한 배가 무겁다
낙타는 끝없는 모래바다를 가고 있다
서역 삼만 리 길을 낙타는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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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진도에서 - 그리움 / 홍해리 

 

 

이승 저승 따로 없는 바다에서는
물너울 너훌너훌 그 앞에서는
사랑도 미움도 매한가진데
숨기고 폭로하고 대들고 용서하고
울면서 웃어 주고 죽으며 사는 사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운 사람
시작과 끝 따로 없는 바다에 와서
그 사람 생각나네 그리워지네.
 

 

 

 

 Winter Sunset Mountain

 

 

배안에서 / 홍해리

 

청산도에서 완도로 가는 배
삼영호 선창을 안개가 친다
한겨울 여섯 시는 캄캄한 새벽
잠에서 덜 깬 승객들
눈꼬리에 졸음이 덕지덕지
더러는 난롯가에 모여 있고
더러는 잡담으로 사투리를 날린다
학생 군인 스님 노파와 사내들
배 안에서는 내외가 없다
선상에서도 주도권은 여자가 잡고 있다
하늘과 바다 사이
섬과 섬 사이
이물에서 고물까지.

 

 

Buses in Peshawar

 

 

청산도에서 - 청산여객 미니 버스 / 홍해리

 

운전기사는 안경낀 미남총각
안내양은 열일곱의 섬갈매기
기인 머리 땋아 늘인 서늘한 눈매
자가용 타고 스키장 가는 꿈 꾸며
탈탈탈 자갈길 먼지 피며 간다
솔바람에 귀 씻으며 씻으며 간다.

 

 

 

 

 

蘭詩 1 - 타래난초 / 홍해리

 

 

천상으로 오르는
원형 계단

잔잔한
배경 음악

분홍빛
카피트

가만가만 오르는
소복의 여인

바르르 바르르
떨리는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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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詩 2 - 한란寒蘭  / 홍해리

 

 

그녀는 혼자다
늘 호젓하다

소나무 아래서나
창가에서나

달밤엔 비수
그 푸른 가슴

창 안에 어리는 별빛
모두어 놓고

그녀는 호젓하다
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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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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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