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소요逍遙

洪 海 里 2009. 10. 14. 04:19

소요逍遙

 

洪 海 里 

 

한로寒露 부근이면

햇빛은 맑다 못해 투명 그 자체,

햇살은 칼날, 그러나

햇볕 속에서는

원형의 꿈이 절로 익어

안개 가득한 지상에서

또르르르 굴러가는 소리

겨울의 적막을 미리 길어 올려

숲 속 구석구석 묻어 놓는 다람쥐

눈빛이 나뭇잎을 물들게 하지만

사람들은 가슴속 빈자리마다

상처 입은 영혼의 멍에를 메고

아프다 아프다 떠나가는

묵언의 절간

하늘에 흐르는 한가로운 흰구름장.

 

 

 

 * 이곳에는 아직 시집에 넣지 않은 작품을 한 편씩 올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한평생 사는 것이 소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여기 저기 왔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걷다 뛰다 기다 날다, 이것 저것 잡았다 놓았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났다 헤어졌다, 칼날이었다 바위였다, 물이었다가 불이었다가, 바람이었다가 먼지였다가, 한점 흰구름이 되어 지상에 내려 한가로이 소요하다 가는 것이 아닌가!

이제 나도 늦가을의 꽃 다 진 거리를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혼자 걷고 있다.

고맙다, 세상!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