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自然)과 시(詩)의 선언(宣言)
자연(自然)은 생명(生命)의 뿌리요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머니인 자연의 품속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반면에 모든 생명체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자연을 성스럽게 보전해야 할 의무도 또한 지고 있다. 그런데 지상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인간의 무리들은 문명(文明)과 개발(開發)이라는 이름 아래 흐르는 강을 막고 푸른 산을 헐며, 무쇠로 수레와 배를 만들어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고 강철로 날개를 지어 창공을 가르면서, 어머니 자연의 가슴을 물고 뜯어 상처를 깊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인 물과 공기는 썩어 가고 대지의 생명체들은 병들어 시들고 있지 않는가. 무너지는 자연과 함께 인간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은 불을 보듯 분명한 사실인데, 아직도 그 위기를 깨닫지 못한 지각(知覺) 없는 인간들은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만 사로잡혀 서로 자연훼손(自然毁損)의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아, 통탄할 일이로다. 이제 인간들은 지상의 영장(靈長)이 아니라 그들의 모체(母體)를 허무는 패륜아(悖倫兒)요, 신(神)의 뜻을 거역하는 범법자(犯法者)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니 대지를 갉아먹는 좀벌레요, 죽음의 덫을 쌓아 가는 무지한 도깨비에 지나지 않다.
암담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며 전율을 느끼는 사단법인 우리詩 진흥회 회원들이 오늘 삼각산 자연의 품속에 안겨 외치노니,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자연을 보는 네 눈이 아직도 닫혀 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저 산과 들의 눈부신 단풍들을 보라. 신의 뜻 생명의 거룩함이 여기 넘치나니 그대가 쌓아올린 지상의 어떤 성(城)도 한 이파리 저 단풍의 신비를 따를 수는 없으리라. 단풍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시(詩)다. 이 시가 막힌 네 가슴을 열지니 돌아와 무릎을 꿇고 자연 앞에 엎드리라.
아, 무엇이 이 세상을 이처럼 황폐하게 만들었는가. 인간 심성(心性)의 각박함이로다. 이기적(利己的)인 탐욕에 눈이 멀어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시의 마음을 잃은 탓이로다. 각박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의 가슴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시의 불씨를 깨우라. 시의 불씨가 타오르면 겨울 들판처럼 얼어붙은 그대들의 가슴이 부드럽게 풀리고, 머지않아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따스한 봄 동산을 얻으리라. 시는 인간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이 빚어낸 꽃이요, 이 지상에 평화를 심는 사랑이다. 시로 쓰인 연두교서(年頭敎書), 시로 된 법전(法典), 시로 이루어진 신문기사(新聞記事), 시로 외치는 행상인(行商人)의 목소리―그러한 시인공화국(詩人共和國)은 없는가. 그러한 세상은 자연과 인간과 만물이 한데 어울려 뒹구는 평화의 낙원(樂園)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시의 마음을 어서 일깨우라. 그대의 아름다운 심성이 암담한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리라. 단풍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시요, 시는 사람들이 피운 아름다운 단풍잎이다.
2009년 10월 25일
사단법인 우리詩 진흥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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