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투명한 슬픔』(1996)에서 · 1

洪 海 里 2009. 10. 17. 05:58

 

   洪海里 시인 

   시집『투명한 슬픔』(1996)   

 

서문

 

사는 일이 쳇바퀴. 나의 詩도 그렇다. 자연과 사람 사이를 돌고 

돈 흔적들이다. 이번 시집에도 80편의 작품이 안겨 있다. 

'94년부터 '95년까지 쓴 것들이다. 

시집의 여백을 朴興淳 화백이 또 밝혀 주었다. 

표지는 李茂原 詩人이 빛내 주었다. 고맙기 그지없다.

순수한 것이 무엇인가. 슬픔인가, 눈물인가. 

열한 번째 시집을 '투명한 슬픔'이라 했대서 보석이 될까. 

20년이 넘도록 같이 사는데도 아직 꽃대 하나 올리지 않는 

저 두륜산 금강곡에서 업어 온 춘란 한 촉 같은 나의 詩의 

아름다운 집 한 채 세우기 어렵다. 부질없는 짓거리를 

하는 것같아 이 봄날이 투명하니 슬프다.

병자년 산수유 필 때
우이동 洗蘭軒에서
지은이 적다.

 

 

 虛虛空空 / 홍해리

 

바래고 바랜 서해바다 염전이로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앙금의 벌판
갈길없는 배 한 척만 막막히 저무는
허이옇게 귀밑머리 쓸쓸한 가을날.

 

 

 

 

백매 / 홍해리

 

얼마나 먼길을 밤 도와 달려왔을까
겨우내 꽃잎 한 장 가슴에 품고
꿈꾸며 쓰러지며 달려왔을까
눈빛 고운 그 사람 등불 밝히려.

 

화적花賊 / 홍해리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
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
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들이 있어서
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  화적 : 서향瑞香 앞에서는 모든 꽃의 향기가 쪽을 못쓴다 해서 

    서향에 붙여진 별명. 꽃말이 '꿈 속의 사랑'인 것을 보면 

    허망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Brisk Gait in Mid-day Tropical Sun

 

모래알 나라 / 홍해리

 

모래알 나라 속을 따라가 보니
향기로운 山과 江이 거기 있었네
사람들이 땅을 갈고 씨앗 뿌리고
꽃 벌고 나비 나는 세상 있었네.

 

 

 

화살표 / 홍해리

 

 

이것 하나 남기고 가는구나!


따라가 보니 주검 있었네.

 

 

sunset

 

행운유수行雲流水 / 홍해리

 

오늘 저녁에는 발 씻고 눕자
북한산 눈먼 바람 속삭이는데
하늘못에 발 담그고 앉아 있으면
별들이 반짝반짝 불켜고 있네
둥근 달도 빙긋이 눈길 던지니
오늘밤엔 별나라 찾아가 자자.

 

Back to Home

 

이 겨울엔 / 홍해리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
흰눈이 천지 가득 내려 쌓이고
수정 맑은 물소리도 들려오는데
먼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
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

 

Tribal Village

 

/ 홍해리

 

물방울 속
바다
물의 시작과 끝
물의 집.

모래알 속
보석
우주의 시작과 끝
우주의 핵.

 

POrtrait of a Sadhu

 

몸살 / 홍해리

 

세백저 가는 삶의
애옥살이네

삼도천 끓는 물에
몸을 담그고

밤새도록 떠도는
식은땀 바다

허한 구석마다
살처럼 박히는 살.

 

Tribal Children 2

 

난초 한 촉 / 홍해리

 

두륜산 골짜기 金剛谷으로
난초 찾아 천리길 달려갔다가
雲仙庵에 하룻밤 몸을 포개니
기웃기웃 달빛이 창문을 때려
밖에 나와 숲속의 바람과 놀 때
잠 못 들던 사미니 내 귀를 잡네
물소리도 날아가다 엿보고 가고
蘭草꽃 깊은 골짝 암자 속에서
하늘 땅이 초록빛 독경을 하네.

 

Tunisia XVI

 

詩가 무엇이냐고? / 홍해리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 젊은이
그걸 내가 알면 이러고 있나
한 30년 끙끙대며 허우적여도
아직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 걸
詩가 무엇인지 내가 안다면
벌써 이 짓거리 집어치웠지
벌써 이 짓거리 집어치웠지.

 

P 273 Last rays in Tuscany

 

투명한 슬픔 / 홍해리

 

봄이 오면 남에게 보이는 일도 간지럽다
여윈 몸의 은빛 추억으로 피우는 바람
그 속에 깨어 있는 눈물의 애처로움이여
은백양나무 껍질 같은 햇살의 누런 욕망
땅이 웃는다 어눌하게 하늘도 따라 웃는다
버들강아지 솜털 종소리로 흐르는 세월
남쪽으로 어깨를 돌리고 투명하게 빛난다
봄날은 스스로 드러내는 상처도 아름답다.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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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 최병무 시인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