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애란愛蘭』(1998)에서 · 2

洪 海 里 2009. 10. 22. 04:49

 

   洪海里 시인 

   시집애란愛蘭』1998 에서

 

   

 

에게 / 홍해리

 

난은 울지 않는다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 같은 꽃을 올린다
말없는 향이 천리를 밝힐 때
천지 가득 흐르는 피리 소리여
그대 가슴 속 깊은 우물에 비치는
세상은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가
내일은 대낮에도 별이 뜬다

 

 

꽃대궁 올리는 때 / 홍해리

 

꽃대궁 올리는
꿈결 같은 때
꽃송이 아랫자리
눈물로 쉼표 찍고
낮아지자고 낮아지자고
속삭이듯 꽃은 피어
품안의 것
잊어버리자고
눈물 같은 꽃이나 피우자고
고운 혼
불을 놓아
꽃 같은 날개
날고지고
날고지고.

 

 

한란寒蘭에게 / 홍해리

 

난초꽃이 피었다 바람이 분다
상강 지나 산천에 불이 붙는데
가슴 깊이 푸르른 물결이 일어
뜬 마음 여며 안고 그대를 보니
굽이굽이 서리는 설레임으로
온 세상 가득 채운 볼 붉은 풀꽃
난초꽃이 피었다 바람이 맑다.

 

 

일경구화一莖九華 / 홍해리

 

바람 센 세상 속
갈대 억새 허리 휘어도
새들의 노래 변치 않듯이

그대여
먼먼 산길 돌아가면서
변함없는 초록 세상 그리워하자
따스한 마을 불빛 그리워하자

마음 갈피마다
그리움 묻어 놓고
빛나는 영혼으로 감싸안는
우리들의 사랑

마음 달아 온몸 달아
한 목소리 모아
날개 펴는 떼기러기여.

 

 

풍란風蘭 / 홍해리

 

그대는 백 리 밖에서도
잘 들린다, 그대의 향기
재실재실 웃는 파도에
밀리는 목선같이 오는 향이여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에 별을 묻는것 아니랴
그리하여
별은 꽃에 와 안기고
백 리 밖까지도
향으로 바다를 넘실거리게 하거니
저 먼 섬 향으로 불 밝힌 등대여
바람에 흔들리는 불빛따라
뱃길로 뱃길로 달리다가
바람 타고 하늘 올라
구름 속에 노니는
안개 속 노니는 학이로구나, 그대는
소슬하고 작은 슬픔 같은 꽃이여!

 

 

난은 홀로 가득하다 / 홍해리

 

돌 사이 지주 박아
한 층 한 층
쌓는 탑

그리움으로
가슴 저미는
사랑 혼자서 스스로를 삭이고

난은
지족의 팔을 늘여
제사날로* 꽃그늘 이루나니

몸 열고 마음 풀면
여백 가득 스미는
눈썹 끝 너의 그림자

서릿발 눈발이 쳐도
다뜻한 지창 안, 오롯한
한 채의 탑.

 

 

* 제사날로 : 제 생각으로, 제 스스로, 남의 시킴을 받지 않고.

 

 

이 풍진 세상 / 홍해리 

 


하나


하나

 

 

 

낙화落花 / 홍해리

 

이제 가야 한다 할 때
편안히 갈 수 있을까

모두 놓아두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갈 수 있을까

쉬엄쉬엄 쉼표만 찍다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맺은 매듭 모두 풀고
얽히고 설킨 끈마저 끊어버리고

하얀 손수건 흔들면서
홀연히 떠날 수 있을까

눈에 밟히는 것들
모두어 가슴에 묻고

훌훌 털고
빈 주먹만 쥐고.

 

 

소심素心 / 홍해리

 

꽃등을 밝히고 있는
그대의 새끼손가락

속눈썹 만한 기다림이
따뜻이 화해하는,

은근하게 던지는 곁눈질에
흔들리는 작은 공간

가슴 여밀 때마다
열리는 흰 비늘 같은 아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잉태 / 홍해리

 

뜨겁게 육신을 태워
소신 공양을 하듯
온몸이 비틀리고
정신이 혼미해져
자궁 속에
보이지 않는 햇빛의 불타는 손길이
점지하는
수많은 날의 입덧과
아픈 속살의 아찔함으로
그대 가슴에
등 하나 밝히기 위하여
한여름과 가을과 한파를 꿈으로 달려
이제 춘삼월 복사꽃 하늘
찬란하고 눈부신 꽃등 하나
그대 앞에 올리려
나 이제 쇠잔한 몸으로
혼절하며 혼절하며
다 벗고 그대 앞에 서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다림 / 홍해리

 

꽃 한번 피우고 나면
아득하구나
한세상,
자욱한 안개 속
막막한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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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비익(連枝比翼) / 홍해리

 

난을 사랑한다 함은
우주를 품어안음이니,

바위 깊이 수정 지주를 세우고
지상에 녹색 보석 궁전을 지어
반야의 길을 찾아 천리길을 나서네
푸른 잎술에서 나는 향그런 풍경소리
깊숙이서 차오르는 영혼의 노래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리움에 목이 젖으면
떼기러기 띄우고 해와 달 엮어
기인 목 뽑아 눈물 같은 향 피우네
천지간에 사무치는 한넋으로
돌아보는 세상은
늘 저만치 비켜서 있고
차가운 불길 가슴을 태워,

그리고 그리는
연지비익連枝比翼*이여!

 

* 連枝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하여 

하나가 된 나무를 뜻하고, 比翼이란 날개를 하나만 

가지고 있어서 두 마리가 반드시 짝을 이루어야 날 수 있는 

상상의 새를 가리키는 말로 연지비익이란 남녀가 정을 

맺어 헤어질 수 없는 관계를 비유함. 연리지, 비익조.

 

 

다짐 / 홍해리

 

적당히 게으르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오면
그게 아니고.

조금은 무심하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고.

 

 

 * 지난 8월 8일 충북 괴산에서 열린 '우리詩 여름학교'에 잠깐 들렀던 큰며느리, 아들, 손자와 손녀의 모습입니다.

 

홍해리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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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