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 1 / 홍해리
너는
차가우나
따스하게 어는
아이스크림,
캄캄한 희망이다.
따스하나
차가웁게 녹는
아이스크림
너는,
하이얀 절망이다.
(1986)
女子 · 2 / 홍해리
너는
안에 들어와서도
만리 밖 소식,
밖에 서성이면서도
지창 안 촛불.
대낮에도
캄캄한 밤중
아니면
갈증.
나는
늘
비어 있는
잔,
부질없음으로
가득 채우는
너
여자여!
(1986)
民草의 꿈 / 홍해리
하루살이에게 내일이 있기나 하더냐
손바닥으로 가린 하늘이 있을 뿐
꽃 피고 새가 운들 배가 부르랴
저들도 마음 고파 피고 지는 걸
유한인 내가 허위허위 달려가 만나는 것은
무한인 너 언제나 끈끈한 허무의 껍데기
바람이 일어 피우는 구름꽃 몇 송이
목 언저리 보일 듯 말 듯한 입술도장
꽃 피고 새가 운들 배가 부르랴
저들도 마음 고파 피고 지는 걸.
먼지의 무게 / 홍해리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천지가 먼지다, 먼지가 지천이다
보이지도 않는 것이 무게를 잡는다
그렇다
먼지는 있다, 무게다, 쌓인다
쌓이고 쌓여 하나의 존재를 이룬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역사다
그것이 먼지의 무게다
너를 버린다 / 홍해리
너, 이 순 도적놈 같으니라구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내 잠시 방심한 틈을 타
또 시끄럽게 구는구나
매끄럽던 나의 목을 소굴 삼아
목마름으로, 목마름으로
허옇게 마른 꽃을 피우고
신열이 오르게 하느냐
이 무식한 놈, 두억시니 같은 놈아
어쩌자구 전신을 들쑤셔 소란케 하느냐
못된 불목하니 같으니라구
왜 온몸에 불을 질러 불난리를 일으키느냐
화를 퍼뜨리거나 삭이거나
그건 내 뜻일지니
아무래도 우리는 궁합이 맞지 않아
너를 버리노니
야슬야슬 야스락거리는 네 놈 꼴이 보기 싫어
내 차라리 실실 웃으며 옆길로 새마
이놈아, 시들지 않는 꽃이 있겠느냐
즐겁게 시드는 나를 흔들지 마라
폭탄처럼 터지는 재채기와
흘러내리는 콧물과 빠개지는 두통으로
불타는 몸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보느니
물럿거라아,
쉬이잇!
-『牛耳詩』(2003. 1월호 제175호)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洪海里 詩 다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그리움 外 10편 (0) | 2009.11.15 |
---|---|
<시> 겨울 숲 속을 거닐며 外 4편 (0) | 2009.11.13 |
<시> 가을詩 외 4편 (0) | 2009.11.08 |
<시> 가을이 오면 外 5편 (0) | 2009.11.08 |
<시> 짧은 생각 外 5편 (0) | 2009.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