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막차가 떠난다 外 5편

洪 海 里 2009. 11. 20. 08:53

Winter Afternoon

 

막차가 떠난다 / 홍해리

별이 우는 밤이면 막차가 떠난다
산도 울어 계곡따라 메아리로 흐르고
달빛 속으로 스러져가는
들판의 벗은 바람소리와 함께
마음을 싣고 막차는 떠난다
기적을 울리지 않고 가는 길
눈물 같은 별이 하나씩 길 위에 내리고
새벽은 올 것인가
쓰리게 흐르는 저문 강물이여
밤이 무거워 비껴서지 못하는
나목들 가지마다 걸려 있는
안개, 텅 빈 들녘, 해질 무렵, 넋, 열정,
상처와 환희, 떨어진 꽃잎, 그리고----
모든 존재란 의미이고 이름일 따름
속절없이 피었다 지는 것이 꽃뿐만이랴
하늘이 시작되는 곳이 어디인지
상처 받은 별떨기가 찔레꽃으로 피어나는
여름이 봄보다 먼저 왔다 가고 나면
가을은 슬프고 겨울은 눈부시지 않더냐
오늘은 첫눈이 내리고
나는 밤으로 가는 막차를 탄다.

 

 

 

 

하얀 절망 / 홍해리

고창 선운사
사하촌 동백장 시절
하얀 낭만은 따스했다
눈 속에서
눈먼 모녀가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하염없이 젖고 있었다
울다 지쳐 하얗게 얼어붙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눈은 내려 쌓이고 있었다

 

Blind musician  Mexico City

 

첫사랑 / 홍해리



눈멀어 황홀하던 사랑


어디 가 안 보이나 했더니


가슴속에 있었네


그 사람!

 

 

 

Flower

 

 

가슴속의 블랙홀 / 홍해리



바람 불어, 환장할 놈의
분홍빛 봄바람 불어
뼈마디마다 꽃바람들었습니다
달빛 같은 속살에 구멍 숭숭 뚫리고
은은한 연애 같은 새소리가 납니다

뼈가 푸석푸석 바람소리 요란합니다
봄 내내 머리 허리 다리가 저리고 시리고
꽃잎에 입 한 번 못 맞추고 봄은 언뜻 지나
푸른 울음 걸게 뱉는 여름도 가고 맙니다
한동안 머리가 어리어리 어지럽더니
통증도 아래로 내려가는 것인지
허리가 뻐근하고 끊어질 듯 무겁습니다
허벅지 아래 무릎도 시큰거리고 뻣뻣해
절룩절룩 다리 아파 죽겠습니다
길다 보면 결국 밟히고 마는 나비 같은
말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말 많은 새의 부리도 저리고 쑤십니다
이리저리 아닌 곳 없이 환하게
꽃 피우고 늘어진 개나리도 머리가 아픕니다
너구리도 오소리도 허리가 아픕니다
꾸구리 퉁가리 자가사리 치리 쏘가리도 꼬리가 아픕니다
한평생 이 거리 저 거리 다 다닌 버커리
나리 박주가리 아래 오리도
오리도 못 가 다리를 건널 때 다리를 접니다
울타리 옆 항아리나 깨지 않았는지
철 늦어 개구리도 못 잡아먹은 서리병아리처럼
또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죽어야지 하는
파리만도 못한 우리 인생
좁은 우리에 갇혀 끝나고 맙니다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걱정 근심은 장미꽃처럼 창궐하고
뻥 뚫어 뻥뻥 뚫어
내 가슴속에 블랙홀 하나 만듭니다
죽겠다, 정말, 이 환장할 놈의 봄날!

 

 

View

 

 

꽃의 노래 / 홍해리

 

꽃은 불이고 빛이어서
우리를 눈멀고 귀먹게 하였거니
전신을 마비시켜
정신까지 혼미케 하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가장 작으나 가장 강력한
알폭탄이 되어,

땅으로 바다로 하늘로
폭발하는 것은,

내일과 영원을 점령하고
무한 생명 우주를 접수하기 위하여,


"全生에는 前生도 있듯이
내 生에는 來生도 함께 한다"고


조용한 무게로 피어 있는 꽃은
세상과도 임의롭고 무간하지 않으랴.

 

 

홍해리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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