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빈 들 外 3편

洪 海 里 2009. 11. 21. 04:27

* * *

 

빈 들 / 홍해리

가을걷이 끝나고
눈 시린 하늘 아래 빈 들에 서면, 빈들
빈들, 놀던 일 부끄러워라
빈 들만큼, 빈 들만큼  부끄러워라
 

이삭이나 주우러 나갈까 하는 

마음 한 켠으로 

떼지어 내려앉는 철새 떼 

조물조물 주물러 놓은 조물주의 수작들!

 

 

Walk to Winter

 

 

해질녘 / 홍해리


꽃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팽팽하다
서늘한 그늘에서도
어쩌자고 몸뚱어리는 자꾸 달뜨는가

꽃 한 송이 피울 때마다
나무는 독배를 드는데
달거리하듯 내비치는 그리운 심사

사는 일이 밀물이고 썰물이 아니던가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세상
하늘과 땅 다를 것이 무엇인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저물어 막막해지는
꽃그늘 해질녘의 풍경소리!

 

 

Untitled

 

귀가歸家 / 홍해리


백운白雲 인수仁壽 만경萬景 향해 걸어가는

해질 임시
삼각산三角山이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금빛으로 반짝이던 길
은비단 깔아놓은 마당에 멎고
별 몇 개 꽃잎처럼 떨어져 있다

영원이 날개를 접고
칠흑으로 잠들어 있다

바위 잠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 속에 내가 있다.

 


 

황태의 꿈 / 홍해리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샌 나의 꿈

갈갈이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뜨거운 그대의 바다에서 내 몸을 해산하리라

                      - 월간『우리詩』(2009. 2월호)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한 끼 식사 外 6편  (0) 2009.11.26
<시> 晩才島 詩篇 · 3 外 4편  (0) 2009.11.25
<시> 막차가 떠난다 外 5편  (0) 2009.11.20
<시> 해우소解憂所 外 4편  (0) 2009.11.17
<시> 그리움 外 10편  (0) 200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