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 - 晩才島 詩篇 · 3 / 홍해리
수평선에 걸려 있는 고깃배
던지고 있는 불빛 유혹은
낚시든 그물이든
사랑이란 황홀한 것이어서
눈멀어도 환한 세상이지만
고기 떼는 스스로 눈멀고 만다
불빛으로 유혹하지 마라
하늘에 빛나는 별로 족하다
어차피 가야 할 生이라면
한 번쯤 발광이라도 해야지 않겠느냐
흥겨운 다려소리를 위하여
내 기꺼이 제물이 되리니
고기잡이여
힘껏 당겨다오 튼튼한 그물을.
풍경風磬 / 홍해리
밤새도록 잠들지 말라고
잠들면 그만이라고
또록또록 눈뜨고 있는
하늘물고기의
초록빛 종소리
매화나무 가지마다
꽃눈을 달아 준다고
삼복 염천
빗발 사이 뛰어다니더니
눈 오는 날 눈발 사이로
날아다니는
투명한 종소리
말씀의 칼 하나
번쩍이며
봄이 머지 않다고
삼동 한천에 바쁘시다.
손에 관하여 / 홍해리
춤을 추듯 서로 번갈아 가며
발이 발을 씻고 닦는 것을
두 손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탁족의 맛이야 달아났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
그게 아니올씨다 하는 표정이지만
허리를 굽히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손이 하는 일이 많이 줄고
손이 못 하는 일이 많이 늘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손을 종처럼 부리지 않았던가
힘들어도 울지도 못하는 종
소리 없이 궂은일은 다 도맡아 하는
가장 더럽고 가장 깨끗한 손
가장 추악하고 가장 성스런 손
한심한 듯 한숨 놓고 있는 손
百年客이 아닌 종인 나의 손이여
절창을 위하여 / 홍해리
맨밥만 먹고 나온
매미 한 마리 매화나무에 날아와
무엇을 낚으려는지
소리그물을 허공에 펼치고 있다
푸른 하늘 흰구름이나
우렁우렁 고요를 낚아 무엇을 할 것인가
홀연 먹장구름이 몰려 오고
무거운 바람 한 자락 날개 걸치자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먹물을 뒤집어쓴 매미
남은 생애를 위하여
젖은 날개를 비벼댈 때
반짝 비치는 햇살 사이사이
일제히 퍼붓는 소리폭포 이어
일순 적요가 푸른 그늘을 펼친다
한평생이 소리 한 자락으로
하루처럼 저무는 매미의 생애
어디 절정이 있기나 할 것인가
매미명창의 소리 자락이 절창이다
땅속에서 득음을 하고 나왔는지
소리하는 것이 벌써 목이 틔어
듣고 있던 풍경붕어가 추임새를 날린다
얼씨구, 좋고, 으이!
그늘자리로 기어올라 자리를 잡은 매미
바람고수 북장단에 다시 목을 뽑고
잠깐잠깐의 아니리에 이어지는 창에
듣는 귀마다 소리길이 나 명창明窓이 된다
소리그물에 걸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몸을 낮추다 / 홍해리
햇빛도 통과하지 못하는 길도
가지 못하는 곳이 없는,
물은 우여와 곡절을 거치면서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다만 몸을 낮출 뿐,
고요히 흘러만가는 나는
마침내,
장대한 바다가 되리라
만만한 물로 보지 마라
큰코다칠라
내가 가장 작으면서도
가장 큰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몸이기 때문.
-『한국시학』2008 가을호<13집>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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