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그리운 지옥 · 봄 外 3편

洪 海 里 2009. 11. 29. 06:52

 

그리운 지옥 · 봄 / 홍해리

 

서방님! 하는 아주 고전적인 호칭으로 

산문에 들어서는 발목을 잡아 세워서 

삼각산 바람소린가 했더니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꽃 속의 부처님만 빙긋이 웃고 있네. 

                  -월간『우리詩』(2009. 5월호)

 

 


 

 

봄밤의 꿈 / 홍해리 

 

백목련이 도란도란

달빛과 놀고 있고,

 

가지 사이 달물이 흥건히 흘러들어

젖꼭지 불어터지라고

단내 나라고

바람은

밤새도록 풀무질을 하고 있었나 봐

삼각산 위에 떠 있는 뽀얀 달

졸린 눈을 끔벅이고 있어,

 

며칠인가 했더니

여월如月 보름.

 


 

독작하는 봄 / 홍해리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 아래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혼자 / 홍해리 

 

올갱이 원조라는 상주집에서 쫓겨나고

버섯찌개가 유명하다는 경주집에서도

아침부터 문전박대, 푸대접 받고,

  

'1인분은 안 되는데요!'

   

문전걸식을 하는 것도 아닌

혼자 가면 밥도 팔지 않는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세상,

 

내가 밥이다. 

 

 * 이제는 '元朝집'에도, '有名屋'에도 가지 말고 시장골목의 허름한 

국밥집이나 찾아가야겠다.

   순대국이나 콩나물해장국, 아니면 시래기해장국으로 쓰린 속이나

풀어야겠다.

   '어, 시원하다. 주모, 여기 막걸리 한 되 추가요!'

  

  

홍해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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