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새벽 세 시 外 4편

洪 海 里 2009. 11. 30. 17:13

 

 

새벽 세 시 / 홍해리

 

부르릉부릉 낡은 오토바이의 새벽 세 시 

툭! 하고 내려앉는 신문의 새벽 세 시 

매화나무 톡! 풍경 건드리는 새벽 세 시 

우주가 화들짝 눈을 뜨는 새벽 세 시.


 

 

 

친구를 찾아서 / 홍해리

 

먼저 간 친구를 찾아 산을 오르는데

도랑가 물봉선화가 빨갛게 피어

개울개울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참나무 그늘을 밝히고 있었네

오래 전에 가신 어머니 곁

쑥 억새 바랭이 방가지똥

얼크러져 부산을 떠는 자리

때늦은 꿩이 한번 울고 갔다

'얼굴을 만들어야지' 하며 바쁘던,

평생을 뛰면서 살다 가버린 친구

작은 돌 하나 뉘어 놓고 잠들었네

좋아하던 소주 한잔 따라 놓고

북어포 하나 앞에 펼치니

친구는 왜 왔냐며 반기는 듯,

마음만 부자였고

늘 빈 세상을 살았던 친구

한세상 사는 일이 무엇이라고

더 살아 다를 것이 없었던 걸까

참나무 그늘이 짙어 시원한데도

꽤나 마신 술에 얼굴이 벌개져서

우리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도랑도랑 흐르는 물소리 따라

두런두런 산길을 내려올 때

물봉선화도 빨갛게 취해 있었네.

 

 

 

  

어머니들 / 홍해리

 

김가네 울타리에는

목 잘린 해바라기 대궁 하나 서 있고,

 

이가네 밭에는

옥수수 이파리 바람에 부석거리고,

 

박가네 산에는

알밤 털린 밤송이만 굴러다니고,

 

최가네 논두렁에는

빈 꼬투리만 콩대에 매달려 있고,

 

홍가네 담에는

호박넝쿨 가을볕에 바싹 말라 있고,

 

지가네 논에는

텅 빈 한구석 허수어미 하나 서 있네. 

 

* 허수어미 : 허수아비의 상대어가 없기에 만든 조어임.

 

 

  

비밀 / 홍해리

 

그 여자 귀에 들어가면

세상이 다 아는 건 시간 문제다

조심하라 네 입을 조심하라

그녀의 입은 가볍고 싸다

무겁고 비싼 네 입도 별수없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입이 근지럽다고

허투루 발설 마라

말 끝에 말이 난다

네 말 한 마리가 만의 말을 끌고 날아간다

말이란 다산성이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 여자 귀엔 천 마리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말은 발이 없어 빨리 달린다, 아니, 난다

그러니 남의 말은 함부로덤부로 타지 마라

말발굽에 밟히면 그냥 가는 수 있다

그 여자 귓속에는 세상의 귀가 다 들어 있다 

그 여자 귀는 천 개의 나발이다

그녀는 늘 나발을 불며 날아다닌다

한번, 그녀의 귀에 들어가 보라

새끼 낳은 늙은 암퇘지 걸근거리듯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꽃이 지고 나서야 열매를 맺다니 / 홍해리 

 

하루에도 열두 번씩

너를 보고 싶었다

 

마음만 마음만 하다

눈멀고 귀먹고

 

마음이란 것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구나

 

꽃 지고 나서야

열매를 맺다니

 

꽃이 피면 뭣 하나

꽃 지면 뭘 해?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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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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