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억새 날다 外 4편

洪 海 里 2009. 12. 5.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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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날다 / 홍해리 

 

웃는 걸까

우는 걸까

웃음이 울음 속으로 들어가고

울음이 웃음 밖으로 나오니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를 일,

바람 따라 온몸을 흔들면서

때로는 허리 꺾어 몸을 뉘고

산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친다

그 소리에 문뜩 산이 지워진다

굽이치는 것은 은빛 강물 소린가

천파만파  파도 치는 소리인가

하늘과 땅이 구분 없이 흔들리고 있다

한여름 우렛소리 어디 가 잠들었다

눈물 마른 꽃잎 사이사이 반짝이고

굽이굽이 지나쳐 우는 듯 웃는 듯

우련우련 드러나는 산그림자

일장 춘몽을 깨우고 있는 것인지

추풍 낙엽을 쓸고 있는 것인지

울긋불긋 나뭇잎 다들 떠난 자리

바람 불 때마다 억새가 톱니를 갈아

칼날 같은 날개로 날아오르고 있다

희미한 달빛도 몸무게 많이 줄었다. 

 

 

 

 

11월을 노래함 / 홍해리

 - 낙엽 

 

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

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

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

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

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

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

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

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

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

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

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

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

무진무진

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

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

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

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

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 

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

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

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

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

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

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곶감[串枾] / 홍해리

 

줄줄이 엮여

처마에 타래타래 매달린,

 

한로寒露가 환갑이라지만

그렇다고 들피진 것은 아닌,

 

홀딱 벗은 속살

전신에 흰 꽃이 피어난,

 

꼬리에 불붙은 개호주 등에

울던 아기 올라타고 꿈속을 날고 있다.

 

 

구두끈 / 홍해리

  

저녁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두끈이 풀어져

걸치적거리는 것도 모르고

허위허위 걸어왔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

묶어야 할 것은 묶고

매야 할 것은 단단히 매야 하는데

풀어진 구두끈처럼

몸이 풀어져 허우적거린다

풀어진다는 것은

매이고 묶인 것이 풀리는 것이고

질기고 단단한 것이 흐늘흐늘해지는 것이고

모두가 해소되고, 잘 섞이어지는 것이다

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구두끈도 때로는 풀어져

한평생 싣고 온 짐을 부리듯

사막길 벗어나는 꿈을 꾸는 것을

나는 이제껏 모른 채 살아왔다

끈은 오로지 묶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구속 당하는 것이 유일한 제 임무였다

풀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몸으로 제가 저를 잡고 있어야 하지만

끈은 늘 풀어지려고 모반을 꾀하고

헐렁해지고 싶어 일탈을 꿈꾼다

때로는 끈을 풀어 푸른 자유를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는 구속만 강요해 왔다

이제 몸도 풀어 줘야 할 때가 된 것인가

오늘도 구두끈이 풀어진 것도 모르고

고삐 없는 노마駑馬가 되어

휘적휘적 걸어서 어딘가로 가고 있다.

               

 

퇴고 중 / 홍해리

 

나의 시는 퇴고 중,

 

자궁 속에 품고 있을 때나

세상에  드러내고 나서나

또는

시집 속에 위리안치해도,

 

영원한 미숙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詩 아닌 詩,

 

양수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 좌로부터 李茂原, 林步, 洪海里 시인(牛耳桃源 '三角山詩花祭'에서)

 

* 이무원 시인(2009년 봄 牛耳桃源에서)

 

* 내 친구 李茂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