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첫눈

洪 海 里 2009. 12. 21. 08:25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첫눈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

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

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

눈뜨고 눈먼 자들아

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

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

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

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

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

머릿결 곱게 날리면서

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

온 세상을 무너뜨려서

거대한 빛

그 無地한 손으로

언뜻

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 시집『花史記』(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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