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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戒盈杯*
-홍해리 선생님의 시 [계영배]를 감상하다가-
김세형
늘 내 애간장을 태우기만 하는 계집애,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꼬셔도
늘 입술 이상은 허락치 않는 계집애,
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입술로
한마悍馬** 같은 나를
늘 제 곁에 꼼짝 못하게 붙들어 매놓는 계집애,
취하게 할 듯 말 듯, 늘 날 희롱하기만 하는 계집애,
황홀한 그 입술에 살짝 입술을 가져다 댈 것 같으면
만취한듯 제 한몸 던져
비단결인양 착, 내게 감기기라도 하련마는
결코 제 한몸 내게 내던지지는 않는 계집애,
입술 끝만 살짝 살짝 내게 허락하곤, 줄 듯 말 듯
용!용! 양볼 손가락질로 늘 날 약통 올리기만 하는 계집애
그래서 날 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계집애,
자신이 취하지도,
날 만취하게 하지도 않는, 약고 현명한 계집애,
공맹의 몇백 대 후손 손녀딸 같은 계집애,
계영배, 고 계지배***.
*계영배戒盈杯-술이 일정량에 이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술잔.
일명 절주배라고도 불린다.
오늘날에 이르러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넘치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술잔이다.
***계지배-계집애, 계영배 소리음과 맞춰 소리음으로 표현했슴.
계영배戒盈杯 / 홍해리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 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술잔 위로
별들이 내려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무위無爲도 자연自然도 아니어서
내 마음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인가
은자隱者의 눈빛이나 미소처럼
입안 가득 번지는 넉넉한 향을
눈물로 태울까 말씀으로 비울까
온몸으로 따루어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지지 않는
잔,
깊고 따뜻한 너.
계영배戒盈杯 / 洪海里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 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술잔 위로
별들이 내려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무위無爲도 자연自然도 아니어서
내 마음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인가
은자隱者의 눈빛이나 미소처럼
입안 가득 번지는 넉넉한 향을
눈물로 태울까 말씀으로 비울까
온몸으로 따루어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지지 않는
잔,
깊고 따뜻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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