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길의 소네트

洪 海 里 2010. 1. 19. 05:26

 

 

 

길의 소네트

 

洪 海 里

 

 

자벌레는 온몸이 길이어서

한평생 한 자 한 자 몸으로 세월을 재고

나무는 한자리서 천년을 가지만

새는 날개로 허공을 쓰다듬어

길을 지우며 길을 낸다

날개처럼 팔을 펼치고 잔 날 밤

나는 밤새 나는 꿈을 꾸었다

산꼭대기에서 앞 산머리로 날기도 하고

산 밑에서 안간힘으로 날아올라

하늘을 날면서 펼쳐진 장관을 감상도 했다.

 

길은 오지도 가지도 않는 마음일 뿐이어서

아침이 오자

안개가 싸목싸목 길을 싸고 있었다

길은 늘 뒤에 적막처럼 남아 있었다.

 

                              - 월간《우리詩》2011. 4월호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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