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허리가 중심이다

洪 海 里 2010. 3. 28. 20:02

허리가 중심이다

 

洪 海 里

 

허리야, 허리야, 아이고 허리야

네 위에 머리가 있고

아래에 다리가 있다, 허리야

해리가 왜 허리야 허리야 하고 부르는가

나를 곧추 세우는 것은 무엇인가

「물의 뼈」라는 시를 쓰고 나서 허리 수술을 받았다

"물이 무리하는 법은 없다

내 몸에 물이 가득 차야 너에게 웃음을 주고
영원으로 가는 길을 뚫는다" 했는데

내 몸의 물이 무리했던가

'허리가 중심이다!' 주장하는 병원이었다

그러고 나서 두 해가 흘렀다

내 허리를 세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요추 3, 4번 사이 인공관절을 집어넣고

보형물 세 개를 삽입했다

쇠로 허리를 세우고 나를 일으켰으니

그것이 나의 중심인가

술은 한 모금도 안 된다 한 세월이 한참이었다

이제는 몇 모금씩 술맛을 보며 사니

나를 세워 주는 것이 '술의 뼈'인가

나는 이미 쇠 막대기 세 개를 등에 찼으니

나이 들어도 이제 지팡이는 필요없게 되었다

해리야 해리야.

 -

시집『독종』(2012, 북인)

 

 

 

 

* '현호색'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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