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중심이다
洪 海 里
허리야, 허리야, 아이고 허리야
네 위에 머리가 있고
아래에 다리가 있다, 허리야
해리가 왜 허리야 허리야 하고 부르는가
나를 곧추 세우는 것은 무엇인가
「물의 뼈」라는 시를 쓰고 나서 허리 수술을 받았다
"물이 무리하는 법은 없다
내 몸에 물이 가득 차야 너에게 웃음을 주고
영원으로 가는 길을 뚫는다" 했는데
내 몸의 물이 무리했던가
'허리가 중심이다!' 주장하는 병원이었다
그러고 나서 두 해가 흘렀다
내 허리를 세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요추 3, 4번 사이 인공관절을 집어넣고
보형물 세 개를 삽입했다
쇠로 허리를 세우고 나를 일으켰으니
그것이 나의 중심인가
술은 한 모금도 안 된다 한 세월이 한참이었다
이제는 몇 모금씩 술맛을 보며 사니
나를 세워 주는 것이 '술의 뼈'인가
나는 이미 쇠 막대기 세 개를 등에 찼으니
나이 들어도 이제 지팡이는 필요없게 되었다
해리야 해리야.
-
시집『독종』(2012, 북인)
* '현호색'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집『독종毒種』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봄밤의 꿈 (0) | 2010.07.14 |
---|---|
<시> 불통 (0) | 2010.05.20 |
<시> 어버이 날 (0) | 2010.05.08 |
<시> 길의 소네트 (0) | 2010.01.19 |
<詩> 씹다 (0) | 2008.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