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불통

洪 海 里 2010. 5. 20. 03:12

 

 

불통

 

洪 海 里

 

 

이번 시집 제목이 무엇입니까?

'『비밀』'입니다.

 

시집 제목이 무엇이냐구요?

'비밀'이라구요.

 

제목이 뭐냐구?

'비밀'이라구.

 

젠장맞을, 제목이 뭐냐니까?

나 원 참, '비밀'이라니까.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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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 제목이 무엇입니까?
'『비밀』'입니다.

시집 제목이 무엇이냐구요?
'비밀'이라고요.

제목이 뭐냐구?
'비밀'이라구.

젠장맞을, 제목이 뭐냐니까?
나 원 참 '비밀'이라니까.

- 洪海里,「불통」 전문


  "민영화를 반대한다." "민영화가 아니다." "민영화하지 마라니까." "민영화 아니라니까." 철도노조와 정부가 불통을 작정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민영화는 핑계일 뿐 이참에 상대의 기를 꺾어버리려 한다.
  도대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불통은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데서 온다.

설득하고 타협해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정부가 하는 일이다. 내가 옳으니 너희들은 무조건 따라와라, 하는 건 민주 정부가 아니다.

  철도에 왜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하는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전면적 민영화로 가는 시작이 아니라는 걸 노조에 확신시킬 책임은 정부에 있다. 무조건 불법이라고 몰아세울 게 아니다. 많은 국민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불통을 우려했는데 1년을 지나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다.

일련의 흐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MB 시절만큼이나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 http://bienncan.tistory.com/3975에서 옮김. (2013. 12. 28.)


   * 이 시는 두 사람이 시집에 대해 말을 주고 받는 대화체 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제목이 시사하고 있는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철저한 '불통'이다.

  한 사람은 시집 제목에 대해 질문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동어반복,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답하는 사람은 초지일관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묻는 사람은 초지일관(?) 그 진실을 '오해'하고 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답답한 대화는 점층법 식으로 점점 거칠어진다. 마지막엔 '젠장맞을, 제목이 뭐냐니까?'/ 나 원 참, '비밀'이라니까.'라고

서로의 불통에 대해 함께 화를 내기에 이른다.

  왜 그럴까…?

  '진실'을 말해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 한마디로 불신시대, 소통 불능, 즉 '불통'의 시대…!

상대방에게 진실을 고백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해야 소통이 되는 것인가?

  이것은 시나 소설 같은 '창조'의 세계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처해 있는 실제 '현실'의 세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시는

현대사회의 쓸쓸한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편의 시로서는 독자와의 소통이 너무나 잘 되는 시원하고 화통한

시가 아닐 수 없다.

   - 정성수(시인)

 


* 시를 읽으면서 포복절도를 하니 아내와 딸이

의아하게 생각한다.  아마도 홍해리 시인님의 시집

<비밀>을 출간하면서 출판사 담당자와 얽힌 얘기

같다.

 

1224 크리스마스 이븐날, 시집간 딸 내외가 

먹음직한 케이크와 맛있는 와인 한 병을 들고 찾아왔다.

출출하고 심심한 긴 밤에 웬 기쁨인가?

케이크를 자르고, 와인 한 잔을 마시니 크리스마스 하이(christmas high“.

 

오늘 아침에 갑자기 웃음을 멈출지 모르는 날 보고, 아내는

아직도 크리스마스 하이네라며 함께 웃는데....

 

아냐, 시 한 편이 이렇게 웃겨 죽이네..”

하하하, 넘 재밌어

  

크리스마스이브를 거쳐 성탄절까지 크리스마스 하이를 즐기며

하하하 하루 종일 웃고 있는 나, 식구들이 이상하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지금 내가 즐거운 것은 한 편의 시, “불통때문이다.

 "불통 하이" ...ㅎ ㅎ ㅎ ㅋ ㅋ ㅋ

 

 

런너스 하이...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떤 순간에 흰구름 위를 달리는 것처럼

환희의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마라톤처럼 힘든 운동에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하는데 이를 일러 runners high라 한다.

이를 본 따서 크리스마스 하이라고 표현했다.


  - 道隱 정진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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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모자를 쓰고 등산화에 배낭을 메고 다니니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 산에 갔다 오느냐?'고 묻는다.

   '서울산에 갔다 옵니다. 서울이 제겐 산입니다.'가 내 대답이 되고 말았다.

    새로 낸 시집 제목이 '비밀'이다 보니 어런 말장난도 하게 된다. - 隱山 적음.

 

 

 

선생님, 안득기라는 학생 생각이 나는데요.

선생님께서 학생에게 "네 이름이 뭐냐?"하시니까
학생 대답하기를 "안득깁니다"

선생님, "네 이름이 뭐냐고?"
학생, "안득기요."

선생님, "짜샤 네 이름이 뭐냐니까? "
학생, "득기요."

이러다가 학생 실컷 두들겨 맞았다는군요.
 
 
* 이 이야기는 70년대 초 청주상고에 재직할 때의 일을 공인회계사인 제자 변종회 군이
아래에 댓글로 달아 놓은 것입니다.
'안득기'란 학생은 선생을 얼마나 미워하고 이런 이름을 준 부모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 위의 산딸나무꽃은 충무로 '아이디'에서 陳蘭 시인이 촬영한 것임.(2010. 5. 19.)

산딸기처럼 생긴 열매가 10월이면 빨갛게 익음.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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