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의 꿈 / 洪海里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 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샌 나의 꿈
갈갈이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뜨거운 그대의 바다에서 내 몸을 해산하리라.
- 『우리詩』(2009,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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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엉망이다.
따라서 나도 엉망이다.
방향이 없다. 사공만 많아서 소리, 소리, 개소리를 지르고 있다.
개만도 못한 것들이 개나 된 것처럼 울부짖고 있다.
광적으로 선동하고 단순하고 순진하게 넘어가는 참으로 열광적인 국민이다.
너무 똑똑한 것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무지하고 무식한 것일까?
과똑똑이라는 말이 있고, 過猶不及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지구는 돌 것이고 내일도 해는 떠오를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편하다.
언제 배부르고 등 따수운 봄은 올 것인가?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그래야 제정신이 날 듯하다.
아니,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오늘도 나는 꽁꽁 얼고 싶다.
얼어서 사지가 모두 터지고 싶다.
/ 홍해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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