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찾아서
洪海里
먼저 간 친구를 찾아 산을 오르는데
도랑가 물봉선화가 빨갛게 피어
개울개울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참나무 그늘을 밝히고 있었네
오래 전에 가신 어머니 곁
쑥 억새 바랭이 방가지똥
얼크러져 부산을 떠는 자리
때늦은 꿩이 한번 울고 갔다
'얼굴을 만들어야지'* 하며 바쁘던,
평생을 뛰면서 살다 가버린 친구
작은 돌 하나 뉘어 놓고 잠들었네
좋아하던 소주 한잔 따라 놓고
북어포 하나 앞에 펼치니
친구는 왜 왔냐며 반기는 듯,
마음만 부자였고
늘 빈 세상을 살았던 친구
한세상 사는 일이 무엇이라고
더 살아 다를 것이 없었던 걸까
참나무 그늘이 짙어 시원한데도
꽤나 마신 술에 얼굴이 벌개져서
우리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도랑도랑 흐르는 물소리 따라
두런두런 산길을 내려올 때
물봉선화도 빨갛게 취해 있었네.
* ‘얼굴을 만들어야지’는 황도제 시인의 시집 제목임. (『우리詩』2010. 2월호)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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