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입춘立春

洪 海 里 2010. 2. 4. 17:03

 <이 계절의 시>

 

 

입춘立春

 

洪 海 里

 

겨우내 조용하던 햇살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강물이

칼날을 번쩍이며 흘러가고

죽은 듯 움츠려 있던 나무들이

무거운 잠을 눈썹 끝에 달고

연초록 깃발을 꽂으며

시동을 걸고 있다

새들도 솜털깃을 털어내며

아름다운 전쟁 준비에 한창,

문득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타인도 정다운,

죄 될 것이 없는

그리운 남쪽 나라

멀리서 오는 이의 기침소리가 선다.

 

 

* 북서의 매운 바람이 잦아들고 해의 화살이 쏟아지면 대지는 다시 살아난다.

  강물이, 나무가, 새가 봄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이 즈음에는 온기를 가진

  모든 것들에 연분을 느껴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림과 시, 그리고 날씨 이야기』반기성 저(2003. 다미성)

 

* 매화 사진은 김창집 님의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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