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시>
입춘立春
洪 海 里
겨우내 조용하던 햇살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강물이
칼날을 번쩍이며 흘러가고
죽은 듯 움츠려 있던 나무들이
무거운 잠을 눈썹 끝에 달고
연초록 깃발을 꽂으며
시동을 걸고 있다
새들도 솜털깃을 털어내며
아름다운 전쟁 준비에 한창,
문득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타인도 정다운,
죄 될 것이 없는
그리운 남쪽 나라
멀리서 오는 이의 기침소리가 선다.
* 북서의 매운 바람이 잦아들고 해의 화살이 쏟아지면 대지는 다시 살아난다.
강물이, 나무가, 새가 봄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이 즈음에는 온기를 가진
모든 것들에 연분을 느껴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림과 시, 그리고 날씨 이야기』반기성 저(2003. 다미성)
* 매화 사진은 김창집 님의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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