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오동나무 사리

洪 海 里 2010. 2. 8. 17:48

 

오동나무 사리

 

洪 海 里

 

삼각산 도선사 앞 산록

옛 암자터

백년 된 오동나무 성자가 서 계시다

한때는 까막딱따구리의 집이 되어 주던 나무

속살로 새끼를 품어 기르던 때

그때가 한때였을까

지금은 사리로 서서 화엄의 경을 펼치고 있다

자연의 조화를 보여 주기 위해

자연의 질서를 설법하기 위해

죽어서도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온몸이 하나의 흰 뼈다

천년의 자연은 이런 것이라고, 그리고

천년의 순환을 보여 주기 위해

평생 단벌로 살다 가신 스님

죽어서도 환하게 웃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