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투명한 슬픔』1996)

洪 海 里 2010. 3. 23. 13:19

짧은 시 읽기(『투명한 슬픔』1996)

 

 

 꽃 지는 날

 

    洪 海 里

 

 

마음에 마음 하나
겹치는 것도 버거워라

누가 갔길래
그 자리 꽃이 지는지

그림자에 꽃잎 하나
내려앉아도

곡비 같은 여자 하나
흔들리고 있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자귀나무꽃

 

꽃 피고 새가 울면 그대 오실까
기다린 십 년 세월 천년이 가네     

베갯머리 묻어 둔 채
물바래는 푸른 가약

저 멀리 불빛따라 가는 마음아
눈도 멀고 귀도 먹은 세모시 물항라.

 

 

산수유山茱萸

금계랍 먹은 하늘
노랗게 무너져내리는
온 세상의 잠
비틀비틀 흔들리는
노오란 세상
허기진 춘삼월
한낮의 꿈.

 

 

갯쑥부쟁이

 

눈 속에서도 자주꽃을 피우고
땅에 바짝 엎드려 있던
계집애, 잊었구나, 했더니
아직 살아 있었구나, 너
이 나라 남쪽 바다 牛島 기슭에.

 

 

서향瑞香

- 花敵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


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


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이 있어서


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그리움

 

그의 투명한 성에 피어 있는


성에 같은


하늘꽃자리.

 

 

백매白梅

 

얼마나 먼길을 밤 도와 달려왔을까


겨우내 꽃잎 한 장 가슴에 품고


꿈꾸며 쓰러지며 달려왔을까


눈빛 고운 그 사람 등불 밝히려.

 

 

소심素心

 

청산가리 먹고 죽은 젊은 과부가


소복을 차려 입고 친정엘 간다


이슬길 밟고 가다 사낼 후릴까


분단장 곱게 하고 바람을 탄다.

 

 

봄눈

 

꽃문 열고 길 떠나는 우리 님에게


마지막 단장 한 번 더하고 가라


하늘도 눈물 모아 바래고 바래


지상에 흩뿌리는 슬픔이구나, 넌.

 

 

虛虛空空

 

바래고 바랜 서해바다 염전이로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앙금의 벌판


갈길없는 배 한 척만 막막히 저무는


허이옇게 귀밑머리 쓸쓸한 가을날.

 

* 15년 전의 시집『투명한 슬픔』에서 짧은 시 몇 편을 찾아 보았다.

다시 읽어 보면 길이가 짧기만 할 뿐 내용이 벌것 아니라는 자괴지심이 든다.

이것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봄이 왔지만 중국대륙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시커멓게 하늘을 덮고 있다.

내 마음의 하늘에도 황사가 걷히길 기원해 본다.

                                                                        - 洪 海 里.

 

꽃 지는 날

 

    洪 海 里

 

 

마음에 마음 하나
겹치는 것도 버거워라

누가 갔길래
그 자리 꽃이 지는지

그림자에 꽃잎 하나
내려앉아도

곡비 같은 여자 하나
흔들리고 있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자귀나무꽃

 

 

꽃 피고 새가 울면 그대 오실까
기다린 십 년 세월 천년이 가네     

베갯머리 묻어 둔 채
물바래는 푸른 가약

저 멀리 불빛따라 가는 마음아
눈도 멀고 귀도 먹은 세모시 물항라.

 

 

 

 


 

  

산수유山茱萸



금계랍 먹은 하늘
노랗게 무너져내리는
온 세상의 잠
비틀비틀 흔들리는
노오란 세상
허기진 춘삼월
한낮의 꿈.

 

 

 

 

 

 

갯쑥부쟁이

 

 

눈 속에서도 자주꽃을 피우고
땅에 바짝 엎드려 있던
계집애, 잊었구나, 했더니
아직 살아 있었구나, 너
이 나라 남쪽 바다 牛島 기슭에.

 

 

 

 

 

 

 

 

서향瑞香

- 花敵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


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


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이 있어서


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그리움

 

 

그의 투명한 성에 피어 있는


성에 같은


하늘꽃자리.

 

 

 

 

 

 

백매白梅

 

 

얼마나 먼길을 밤 도와 달려왔을까


겨우내 꽃잎 한 장 가슴에 품고


꿈꾸며 쓰러지며 달려왔을까


눈빛 고운 그 사람 등불 밝히려.

 

 

 

 

 

 

소심素心

 

 

청산가리 먹고 죽은 젊은 과부가


소복을 차려 입고 친정엘 간다


이슬길 밟고 가다 사낼 후릴까


분단장 곱게 하고 바람을 탄다.

 

 


 

 

          봄눈

           

           

          꽃문 열고 길 떠나는 우리 님에게


          마지막 단장 한 번 더하고 가라


          하늘도 눈물 모아 바래고 바래


          지상에 흩뿌리는 슬픔이구나, 넌.

           

           

           

           



           

           

          虛虛空空

           

           

          바래고 바랜 서해바다 염전이로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앙금의 벌판


          갈길없는 배 한 척만 막막히 저무는


          허이옇게 귀밑머리 쓸쓸한 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