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읽기(시집『愛蘭』1998) · 1>
자리
- 愛蘭
들꽃은 피어
꽃들 이루고
산꽃은 피어
꽃산 이루고.
슬픔
- 愛蘭
얼마나 순수하기로
눈물이 보석이 되나.
마음이 도둑이다
- 愛蘭
비운다 비운다며 채우려 들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들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으려 들고
먹지 못할 것까지 먹으려 들고
해서 안될 말까지 하려고 드는
요놈의 미운 마음, 도둑이구나!
지명知命
洪 海 里
온몸의 단맛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한 알 영롱한 사리 같은 단단한 정신을 위하여 몸은 쓴맛을 밀물처럼 기다리는 어느새 쓴맛이 단 세상이 되었다.
시인詩人
- 愛蘭
수천 길 암흑의 갱 속 반짝이는 언어의 사금 불도 없이 캐고 있는 이,
가슴엔 아지랑이
하늘엔 노고지리.
봄날의 꿈
- 愛蘭
어째서 그리움은 황토빛으로 피어나는가.
외로움이 끌고 가는 기인 산 그림자처럼.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 愛蘭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저 혼자 깨어나고 저 혼자 잠이 들어
천리 밖 작은 목숨 하나 숨을 놓고 떠나가나
매화 꽃잎 하나 소리없이 지고 어디선가 바람이 인다.
망종芒種
- 愛蘭
고향집 텃논에 개구리 떼 그득하것다
울음소리 하늘까지 물기둥 솟구치것다
종달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향긋하것다
들녘의 농부들도 눈코 뜰 새 없것다
저녁이면 은은한 등불빛이 정답것다
서로들 곤비를 등에 지고 잠이 들것다.
그리움
- 愛蘭
밤하늘 반짝반짝 날고 있는 새.
그 새 날개 타고 황금벌판을 가는 한 마리 눈먼 섬.
상강霜降
- 愛蘭
난초잎 끝에 맺힌 이슬 방울
그 속에 하늘이 담겨
씻고 있네 이 마음.
가을물
- 愛蘭
산빛이 곱다 한들 물빛 따르랴
제자리에 강철의 뼈로 빚어낸
가장 연하고 보드라운 저 속살
착하디 착한 그녀의 눈빛 같은.
들창
- 愛蘭
그대 지나는 길 귀빠지게 기다리다 가슴에 난 구멍.
그리움은 눈빠지게 기다리다 눈물 속에 핀 꽃.
물주기
- 愛蘭
그대에게 가는 길은
맨발의 물길 천리
떨며, 떨며 가는
삼 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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