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시집」愛蘭』1998) · 2

洪 海 里 2010. 3. 23. 13:27

<짧은 시 읽기(시집」愛蘭』1998) · 2>

 

너의 존재

 

왜 자꾸 가슴 시린 별이 되려 하는가
절절히 눈물겨운 묵언默言의 패찰 차고
함께 가는 길 따라 소진되는 그림자
맑게 우는 영혼의 상처와 아픔 속
먼먼 추억이 되려 하는 그대여
왜 자꾸 가슴 시린 별이 되려 하는가.

 

 

지는 꽃을 보며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외롭다 외롭다고 울고 있느냐
서산에 해는 지고 밤이 밀려와
새들도 둥지 찾아 돌아가는데
가슴속 빈 자리를 채울 길 없어
지는 꽃 바라보며 홀로 섰느냐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외롭다 외롭다고 울고 있느냐.

 

 

상강霜降에도 난은 피어

 

찬 서리 지천으로 내려 쌓여도


온 산천 불이 붙어 눈을 데이네


타는 가슴 목마름을 어이하리야


불끈 새벽 이 하늘을 어이하리야


불끈 새벽 이 하늘을 어이하리야.

 

 

춘란소심 개화

 

아지랑이 아른아른
복사꽃 허공

피가 도는 산자락
눈푸른 바람

그 바람 입김따라
여린 꽃대궁

바르르 떨고 있는
눈물빛 입술.

 

 

난에게

 

난은 울지 않는다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 같은 꽃을 올린다
말없는 향이 천리를 밝힐 때
천지 가득 흐르는 피리 소리여
그대 가슴속 깊은 우물에 비치는
세상은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가
내일은 대낮에도 별이 뜬다.

 

 

한란寒蘭에게

 

난초꽃이 피었다 바람이 분다
상강 지나 산천에 불이 붙는데
가슴 깊이 푸르른 물결이 일어
뜬 마음 여며 안고 그대를 보니
굽이굽이 서리는 설레임으로
온 세상 가득 채운 볼 붉은 풀꽃
난초꽃이 피었다 바람이 맑다.

 

 

마지막 꽃잎

 

서쪽으로 쓸리는 쓸쓸한 꽃잎
허기진 저 새가 물고 가네
무주공산 가득 차는 풀피리 소리
자꾸만 울고 싶어 가선이 젖어
물소리 바이없이 잦아드는데
마지막 눈물에 젖은 꽃잎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막무가내 막무가내 바람이 차네.

 

 

나도풍란

 

바다 보고
독경하는
바위 위
동자 스님.

향 사르고
두 손 모으면
섬은 목탁
파도는 염불.

 

 

선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너에게 빠져들면, 그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

너에게 젖어들면, 그만.

 

 

이 풍진 세상

 



하나

 




하나

 

 

기다림

 

꽃 한번 피우고 나면


아득하구나


한세상,


자욱한 안개 속


막막한 우주.

 

 

자란紫蘭

 

건너편 초록빛 대문집 여자


복사꽃 붉은 볼 자주빛 자태


사랑한단 한마디 가슴이 녹아


손대면 부서질까 꼼짝 못하네.

 

 

다짐

 

적당히 게으르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오면
그게 아니고.

조금은 무심하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고.

 

 

* 시인의 말

 

시집『愛蘭』을 낸 것이 1998년이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고 2006년에서야 시집을 내게 되어 긴 공백이 있었다.

위의 시편들은 모두 '- 愛蘭'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시편에 따라서는 부제가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착오가 있을 수도 있겠지 싶다.

언제 또 난을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을 주제로 한 시편을 모으면서 난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가 난에게 저지른 죄가 많다.

자생지 춘란을 얼마나 못살게 굴었던가.

70년대부터 80년대가 가도록 남도 지방과 해안 도서를 찾아다니며 못된 짓을 많이 했다.

미안하다, 난들아!

                                                                      - 洪 海 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