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읽기(『봄, 벼락치다』2006) · 2>
참꽃여자 · 9
연분홍
꽃잎
하나
술잔에
띄우면,
연애하다
들킨
계집애
달아나는
저 허공!
은유의 기쁨
가을은 넉넉한 계집의 엉덩짝처럼,
탱글탱글 푸짐하다.
마당과부로 늙는 저 여자 어떡하나,
아뜩아뜩 단풍드네.
참꽃여자 · 8
나이 들어도
늙을 줄 모르고,
달래야!
한마디에,
속치마 버선발로
달려나오는,
볼 발그레 물들이는
그 女子.
학鶴을 품다
뒷산의 깊은 침묵이 겨우내 매화나무로 흘러들어 쌓여서
오늘 가지마다 꽃을 달았다, 生生하다
매화나무 주변에 어리는 향긋한 그늘---,
그 자리 마음을 벗어 놓고 눈을 감으면
학이 날고 있다, 수천 수만 마리의 군무가 향그러운 봄날!
조팝나무꽃
숱한 자식들
먹여 살리려
죽어라 일만 하다
가신
어머니,
다 큰 자식들
아직도
못 미더워
이밥 가득 광주리 이고
서 계신 밭머리,
산비둘기 먼 산에서 운다.
목쉰 봄
찔레꽃 하얀 궁전 좁은 가슴속
꿈은 어찌 그리도 깊었던 걸까
죄받을 일 있는가 걱정이구나
햇볕이 너무 좋아 가슴 젖는 날
네 이름을 부른다 목이 쉬도록
수줍어 창백하던 여린 누이야!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찔레꽃
너를 보면 왜 눈부터 아픈 것이냐
흰 면사포 쓰고
고백성사하고 있는
청상과부 어머니, 까막과부 누이
윤이월 지나
춘삼월 보름이라고
소쩍새도 투명하게 밤을 밝히는데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다시 詩를 찾다
물속으로 내리박았던
물총새,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진저리치듯.
온몸을 폭탄으로
또다시,
물속에 뛰어들기 위하여
물속을 들여다보듯.
연가를 위하여
가벼운 연가 같은 詩
쓰지 말자 다짐해도
찔레꽃과 벌이 만드는 봄은
천둥과 벼락의 세상이네
'詩는 이런 거야!' 하며
팔만대장경을 풀고 있는 푸새들
푸른 몸살을 위하여
작은 산 하나 가슴에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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