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시집『愛蘭』1998) · 1

洪 海 里 2010. 3. 23. 13:23

<짧은 시 읽기(시집『愛蘭』1998) · 1>

 

자리

 - 愛蘭

 

 

들꽃은 피어


꽃들 이루고

 


산꽃은 피어


꽃산 이루고.

 

 

슬픔

 - 愛蘭

 

 

얼마나 순수하기로


눈물이 보석이 되나.

 

 

마음이 도둑이다

 - 愛蘭

 

 

비운다 비운다며 채우려 들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들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으려 들고


먹지 못할 것까지 먹으려 들고


해서 안될 말까지 하려고 드는


요놈의 미운 마음, 도둑이구나!

 

 

지명知命

 

洪 海 里

 

 

온몸의 단맛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한 알 영롱한 사리 같은
단단한 정신을 위하여
몸은 쓴맛을 밀물처럼 기다리는
어느새
쓴맛이 단 세상이 되었다.

 

 

시인詩人

 - 愛蘭

 

 

수천 길
암흑의 갱 속
반짝이는 언어의 사금
불도 없이 캐고 있는
이,

가슴엔
아지랑이

하늘엔
노고지리.

 

봄날의 꿈

 - 愛蘭

 

 

어째서
그리움은
황토빛으로 피어나는가.

외로움이
끌고 가는
기인 산 그림자처럼.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 愛蘭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저 혼자 깨어나고
저 혼자 잠이 들어

천리 밖 작은 목숨 하나
숨을 놓고 떠나가나

매화 꽃잎 하나 소리없이 지고
어디선가 바람이 인다.

 

 

망종芒種

 - 愛蘭

 

 

고향집 텃논에 개구리 떼 그득하것다


울음소리 하늘까지 물기둥 솟구치것다


종달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향긋하것다


들녘의 농부들도 눈코 뜰 새 없것다


저녁이면 은은한 등불빛이 정답것다


서로들 곤비를 등에 지고 잠이 들것다.

 

 

그리움

 - 愛蘭

 

 

밤하늘
반짝반짝
날고 있는
새.

그 새 날개 타고
황금벌판을 가는
한 마리 눈먼
섬.

 

 

상강霜降

 - 愛蘭

 

 

난초잎 끝에 맺힌 이슬 방울

그 속에 하늘이 담겨

씻고 있네 이 마음.

 

 

가을물

 - 愛蘭

 

 

산빛이 곱다 한들 물빛 따르랴


제자리에 강철의 뼈로 빚어낸


가장 연하고 보드라운 저 속살


착하디 착한 그녀의 눈빛 같은.

 

 

들창

 - 愛蘭

 

그대 지나는 길
귀빠지게
기다리다
가슴에 난
구멍.

그리움은
눈빠지게
기다리다
눈물 속에 핀
꽃.

 

 

물주기

- 愛蘭

 

그대에게
가는 길은

맨발의
물길
천리

떨며,
떨며 가는

삼 년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