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봄, 벼락치다』2006) · 3

洪 海 里 2010. 3. 23. 13:46

<짧은 시 읽기(『봄, 벼락치다』2006) · 3>

 

 

장미, 폭발하다

 
가시철망

초록 대문 위

천하에

까발려진

저,

낭자한 음순들

낭창낭창

흔들리는

저, 저,

호사바치.

 

 

6월

초록치마
빨강저고리

다 걸친 채
감투거리하는

가쁜 대낮의
저 여자

내팽개쳐진
장미꽃.

 

 

소금쟁이

북한산 골짜기
산을 씻고 내려온 맑은 물
잠시,
머물며 가는 물마당
소금쟁이 한 마리
물 위를 젖다
뛰어다니다,
물속에 잠긴 산 그림자
껴안고 있는 긴 다리
진경산수
한 폭,

적멸의 여백.

 

 

한가을 지고 나면

기적도 울리지 않고 열차가 들어온다

한갓되이 꽃들이 철길따라 피어 있다

굴을 지날 때 승객들은 잠깐 숨이 멎는다

역사에는 개망초처럼 소문이 무성하다

기약 없이 열차는 다음 역을 향해 떠난다

꽃잎 지는 역은 장 제자리에 있다

봄이 오기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첫사랑

1
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큰 소녀

사과나무 가지마다

볼 붉히고 있다.


2
가슴속

환하고

황홀한

무덤 하나.

 

 

내소사 입구에서 전어를 굽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가을에
내소사 입구
전어 굽는 냄새
왕소금 튀 듯하는데
한번 나간 며느리 소식은 커녕
단풍 든 사내들만 흔들리고 있었네
동동주에 붉게 타 비틀대고 있었네.

 



네 앞에 서면
나는 그냥 배가 부르다

애인아, 잿물 같은
고독은 어둘수록 화안하다

눈이 내린 날
나는 독 속에서 독이 올라

오지든 질그릇이든
서서 죽는 침묵의 집이 된다.

 

 

순리

매듭은 풀리기 위해 묶여 있다

치마끈이든
저고리 고름이든

끊으려 하지 마라
자르지 마라

매듭은 풀리기 위해 묶여 있다.

 

 

폭설暴雪 · 1

내 마음속 전나무길 눈은 쌓여서

밤새도록 날 새도록 내려 쌓여서


서늘한 이마 홀로 빛나라

빛나는 눈빛 홀로 밝아라


이승의 모든 인연 벗겨지도록

저승의 서룬 영혼 씻겨지도록.

 

 

 

악역

시커멓다고 욕하지 마라 연탄이다

울지 않는다고 눈물이 없겠느냐

더운 밥 한 그릇 네게 바치려

구멍마다 뜨거운 한숨 남몰래 뱉고

웃날이 들면 네게도 꽃을 피우려니

욕하지 마라 지금 시커먼 연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