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1

洪 海 里 2010. 3. 23. 13:59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1>

 

5월 


무슨 한이 그리 깊어 품을 닫는지

그리움만 파도처럼 터져 나오고

밀려오는 초록 물결 어쩌지 못해

임자 없는 사랑 하나 업어 오겠네.

 

 

 

만추 


늙은 호박덩이만한 그리움 하나

입 다물고 귀도 접고 다 잠든 밤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

구진구진 홀로서 따루는 국화주.

 


 

나의 詩는

  

북소리 한 자락 베지 못하는

 

녹슬어 무딘 칼, 이 빠진 칼

 

그 옆에 놓여 있는

 

네 마음 한 자락 베지 못하는.

 

 

 

그물


어떤 자는
던지고,

어떤 이는
걸리고,

어떤 놈은
빠져나가는,

세상이라는
허방.

 

 

 

명창名唱

  

귀가 절벽이 될 때까지

 

목이 먹빛이 될 때까지

 

내가 폭포가 될 때까지

 

네가 칠흑이 될 때까지.

 

 

 

 막막 

 

나의 말이 너무 작아

 

너를 그리는 마음 다 실을 수 없어

 

빈 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

  

눈이 석 자나 쌓였다.

 

 

 

수세미 

 

전생에 무슨 한이 그리 엮여서

한평생 몸속에 그물만 짜셨을까

 

베틀 위의 어머니,

 

북 주고

바디 치던

마디 굵은 손

 

나,

눈에 는개 내린다.

 

 

찰나 

 

도화桃花 그늘에 앉아

 

술 한잔 하고 나니,

 

녹수청산綠水靑山 어디 가고

 

홍엽紅葉이 만산滿山,

 

찬서리 내리고

 

백설白雪만 펄펄 분분紛紛하네.

 


그리운 지옥 · 봄 

 

서방님! 하는 아주 고전적인 호칭으로

 

산문에 들어서는 발목을 잡아 세워서

 

삼각산 바람소린가 했더니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꽃 속의 부처님만 빙긋이 웃고 있네.

 

 

새는 뒤로 날지 않는다 

 

새가 나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새는 시간 속을 앞으로 날아간다.

때로는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날개는 뒤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한다.

신은 새에게,

뒤로 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