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우리들의 말』1977,『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洪 海 里 2010. 3. 24. 06:10

<짧은 시 읽기(『우리들의 말』1977,『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자하紫霞 · 1

 

어쩌다 자꾸 하늘을 오른다.

불에 타고 있는 육신이
기름 속으로 달려가고 달려가고.

다시 살아나서 일렁이는 불꽃과
은밀한 꽃잎의 눈짓이 만나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은
바람 탓이다 바람 탓.

아아, 바람은 불어서 타는 불꽃을 일으키고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나를 어쩌지 못하네.

 

                   -『우리들의 말』

 

 

자하紫霞 · 2

 

그대 말씀 하나가 가슴에 와서
돌이 되었다
그 돌이 자라서 섬이 되더니
눈 뜨면 그 위를 떠도는 바람으로 끓고
밤이면 기슭만 끝없이 핥다
끝내는 동백꽃이 피고 말았다.

 

                  -『우리들의 말』

 

 

 

별곡別曲

 

 

아버지를 산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
눈이 하얗게 깔렸다.

산새들은
마을로 내려오는데
아버지는 혼자서 산에 계셨다.

온 세상이 은빛 일색
갈길은
막막했다.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월암月庵

 

「만나고 헤어지는 물가에」서서
바람에 나부끼는 짧은 혓바닥
귓속으로 흘러드는 진홍의 별빛
말씀은 천의 영원으로 떨어지고
별들은 저저마다 반짝이느니
만나고 헤어짐은 바람과 별빛
귓속으로 흘러가는 저 물소리여.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진주眞珠

 

罪없는 풀잎의 목만 날리고
보이지 않는 먼 곳을 바라본다
달 뜨면 달빛에 젖어
공연히 서러운 듯
가슴만 무겁게 울렁거리고
말 한마디 입술을 뱅뱅 돌다
쓸쓸한 영혼의 비인 자리
그냥 와 박혀버린
사랑이란 돌멩이 하나.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이승의 꽃봉오린 하느님의 시한폭탄

때가 되면 절로 터져 세상 밝히고

눈 뜬 이들의 먼 눈을 다시 띄워서

저승까지 길 비추는 이승의 등불.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자하紫霞

 

밤 깊도록 눈썹 끝에 와 바다는 출렁이고
그 속으로 빠져들어 무너지는 나의 의식
사경 지나 전신으로 오는 지천한 허기
비인 숲을 지나며 나무들의 꿈을 재우는 

 

저 바람소리.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채송화

 

깨어진 눈물 알갱이가 모여

6월의 하늘에 피어 있다

미친 여자처럼

독한 소주 한잔 하고

고운 꿈을 펼치고 있다

장독대 옹기그릇 옆

8월 햇살이 집중해 있다.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 난꽃은 http://blog.dua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