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2

洪 海 里 2010. 3. 23. 14:02

<짧은 시 읽기(『비밀』2010) · 2>

 

 

 

 

속절 

 

'한 삭만 같이 살자'

 

아니

 

'한 주만'

 

아니 

 

'하루만'

 

해도

 

웃기만 하던

 

 

모르는 새 다 지고 말았다

 

절도 속절인데

 

그래도

 

속절없다.

 

 

사랑에게 

 

써레질을 잘 해 놓은 무논처럼

 

논둑 옆에 기고 있는 벌금자리처럼

 

벌금자리 꽃이 품고 있는 이슬처럼

  

이슬 속 천년의 그 자리 그냥 그대로.

 


사랑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국지성

집중 호우,

또는

회오리바람.

 

 

꽃에게  

 

아프다는 말 하지 마라.

 

그 말 들으면,

 

나도 아파 눈물이 진다.

 

 

아슬아슬 

 

천 길

낭떠러지

보일락말락,

 

이파리

한 장으로 가린

꽃.

 

 

자벌레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다시 쌓았다

 무너뜨린다.

 

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

 한평생의 길,

 

山은 몸속에 있는

 무등無等이다.

 

  

반성 

 

네 예쁜 얼굴 너무 많이 봤구나

네 아름다운 목소리 너무 오래 들었구나

네 고운 마음 너무 자주 훔쳐 왔구나

네 고요 속에 너무 깊게 머물렀구나

 

아직도 깰 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꿈!

 

 

콩새야 

 

콩새야

콩새야

 

느릅나무에 앉아만 있지 말고

 

콩밭에 가서 놀아라

 

겨울이 오기 전에

 

작두콩이나 한 알 물어 오너라

칼이나 하나 차고 오너라.

 


 

  

누가 뜰에 와서 들창을 밝히는가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마음만 설레고 있는

 

홀로 환한 이승의 한 순간.

 

 

귀향歸鄕 

 

어제는 세이천洗耳泉에 올라 귀를 주었다

 

오늘은 세심천洗心泉에 가서 마음을 씻고

 

내일은 우이천牛耳川을 타고 고향에  가서

 

맑은 고을 무심천無心川에 마음을 띄운다.

 

* 세이천과 세심천 : 우이동에 있는 약수터

  우이천 : 북한산에서 흘러내리는 내

  무심천 : 청주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내

 

 

 

* 이제까지 내가 쓴 잛은 시(短詩)를 정리해 보았다.

가만히 살펴보면 어느 시기에는 짧은 시가 많고 어느 시기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년대 말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생각이 많았던 탓인지 모르겠다.

1980년의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에 수록된 짧은 시를 정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것은 차차 찾아서 수록할 예정이다.

이로써 1969년에 낸 첫시집『投網圖』로부터 2010년의『비밀』에 들어 있는 작품 정리를 마친다.

물론 의도적으로 뺀 것도 없지 않음을 적어 둔다.

                                                                            - 洪 海 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