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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양일보

洪 海 里 2010. 6. 8. 05:25

 

조아라 기자(punky52@hanmail.net)

 

 

 

동양일보 인터뷰

 

 

-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약력을 보니 벌써 내신 시집 숫자가 15권입니다. 이번이 16번째 시집이 되는 셈인가요? 이미 책을 많이 내셔서 별다른 감회가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소감 한 말씀해 주신다면요?

 

 

* 감사합니다. 이번 시집이 15권째가 됩니다. 이제까지 낸 시집이 모두 17권인데 두 권은 시선집입니다.

매번 그렇습니다만 시집을 내고 나면 허전하기 그지없습니다. 겨우 이런 정도의 작품으로 시집을 냈는가 하는 자괴감을 갖게 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시집은 어느 기간 동안 작품을 쓰면서 여기 저기 발표를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의 활동을 정리할 필요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자주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 4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시를 써오셨고 그만큼 다작이신데 다작의 비결이 있으신가요?

 

 

* 1969년 첫 시집을 냈으니 40년이 넘었습니다. 어떤 물건이든 쓰지 않으면 녹이 슬기 마련이고 사람의 모든 기관도 사용하지 않으면 낡고 늙기가 쉽기 때문에 부단히 작품을 쓰고자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한평생 한 편의 명작을 기다리는 시인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작품을 쓰다 보면 분명히 좋은 작품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시인(?)은 바로 ‘자연’입니다. 바꿔 말하면 자연은 가장 위대한 시인이요, 시인의 스승이며 무궁무진한 시의 원천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모두 잠든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우주와 독대하기를 좋아합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에 혼자 깨어 있다는 생각으로 우주와 마주하면 모든 생각이 모아집니다. 내 시의 거의 전부가 이렇게 자연의 말씀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 시집 제목이 ‘비밀’입니다. 어찌 보면 담백하고 어찌 보면 꽤 평범한 제목인데 ‘비밀’이라고 이름 붙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비밀이 없는 사람은 자신/자산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게는 ‘비밀’이란 시집이 있으니 부자일 수밖에 없겠지요? 시집 덕분에 요즘 재미있는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번 시집 제목이 무엇입니까? ‘비밀’입니다. 시집 제목이 뭐냐구요? ‘비밀’이라구요!

아니, 시집 제목이 뭐냐니까? ‘비밀’이라니까! 젠장, 제목이 뭐냐구? 나 원 참, ‘비밀‘이라구!

 

 

-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가지시는 작품들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 이번 시집의 작품 가운데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없습니다. 한 권의 시집에는 분명히 좋은 시와 좀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부모가 자식 가운데 어느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주 쉽게 쓴 작품 가운데 몇 편과 퇴고 과정을 오래 거치면서 쓰게 된 작품 몇 편을 골라 본다면 ‘비백’, ‘방짜징’, ‘설마’, ‘계영배’, ‘구두끈’, ‘자벌레’, ‘길에 대하여’, ‘시가 죽이지요’, ‘사랑에게’, ‘막막’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가장 개인적이 성향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가장 ‘나’ 같은 작품이 제게는 좋게 생각됩니다.

 

 

- 시집에 평론이 실려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시집에 해설이나 평론 또는 발문을 붙이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습니다만 저는 처음 몇 번은 해설이나 평론을 붙여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에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요즘 시집에 붙이는 평론이라는 것이 대부분 주례사 평론이어서 오히려 시집의 진가를 오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독자가 읽어가면서 느끼고 스스로 상상의 폭을 넓혀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평론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선집을 낼 때는 평론을 붙이고 있습니다.

 

 

- 이번 시집에 혹시 고향(충북 청원)에 관련된 시가 실려 있나요? 있다면 어떤 시인가요?

 

 

* 그간 고향에 관한 시를 몇 편 쓰긴 했습니다. 지난 번 한국시인협회에서 낸 국토에 관한 앤솔로지에 ‘청원, 내 고향’이란 작품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청주를 주제로 한 시가 ‘청주’, ‘청주 가는 길’ 외 몇 편이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는 ‘귀향’이란 짧은 시가 한 편 있습니다.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세광고와 청주상고에서 9년간 교편을 잡았기 때문에 청주도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의 대표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는 1987년 ‘우이동시인들’이란 동인(이생진, 임보, 채희문, 홍해리)이 동인지를 내고 시낭송회를 시작한 것이 그 기원입니다. 지금은 150명의 회원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고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 등에도 회원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시회에서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우이동에 있는 도봉도서관에서 시낭송회(우이시낭송회)를 개최하고 있고, 해마다 봄가을로 북한산에 올라가 ‘詩花祭’와 ‘丹楓詩祭’를 올리며, 여름에 지방으로 찾아다니면서 ‘우리詩여름자연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는 8월 13일부터 2박3일로 울산에서 개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달 200쪽이 넘는 월간 ‘우리詩’를 발간하고 있는 것입니다.

 

 

- 선생님께서 시를 쓰시는 궁극적인 이유라면 무엇인가요?

 

 

*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질문이 바로 이런 것이지요. 이번 시집의 특징이 ‘시인의 말‘인 서문이 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시집 머리에 단 몇 줄로 시집발간의 의미를 적곤 합니다만 이번 시집에는 상당히 긴(아마 우리나라에서 나온 시집 가운데 서문이 가장 길 것입니다.) 시로 쓴 서문을 달았습니다. 거기에 제가 시를 쓰는 모든 이유가 밝혀져 있습니다.

 

 

- 남은 생을 팔팔하게 살고 싶다는 뜻으로 88편의 시를 실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맞나요?

 

 

* 맞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은 다섯 권의 시집은 더 내려고 합니다. 남은 생을 시와 함께, 시로써 팔팔하게 살면서 시를 쓰고자 합니다.

 

 

-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으신가요? 지향점이 있으시다면요?

 

 

*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연에 가까운 작품을 쓰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를 쓴다고 해도 한 송이 꽃을 보면 부끄럽지요. 한 포기 작은 풀을 보면 창피한 생각이 들지요. 한 그루 나무를 보면, 바위를 보면, 산을 보면, 강을 보면, 아니 바다를 보면 시인의 기는 팍 죽어버립니다. 그러나 그런 기를 살리는 것이 시와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다 자연으로 돌아가야지요.

 

 

- 더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 제가 말 많은 것(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오늘 말씀이 길었습니다. 조 기자님 덕분에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주절거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