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자연,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스승” / 동양일보(조아라 기자)

洪 海 里 2010. 6. 9. 18:24

“자연,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스승”


홍해리 시인 15번째 시집 ‘비밀’ 발간
‘비백’ ‘방짜징’ ‘자벌레’ 등 88편 수록

 

동양일보 2010. 6. 8.

“매번 그렇습니다만 시집을 내고 나면 허전하기 그지없습니다. 겨우 이런 정도의 작품으로 시집을 냈는가 하는 자괴감을 갖게 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

지입니다. 그러나 시집은 어느 기간 동안 작품을 쓰면서 여기 저기 발표를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의 활동을 정리할 필요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자주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는 다작의 비결을 ‘부단한 노력’으로 꼽았다. “어떤 물건이든 쓰지 않으면 녹이 슬기 마련이기에 부단히 작품을 쓰고자 노력을 해왔다”는 것.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며 등단한 지 40여년간 내놓은 시집만 14권. 시선집까지 합치면 16권이다.

 

충북 청원 출신의 홍해리(69·사진) 시인이 최근 15번째 시집 ‘비밀’을 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88편의 시를 실었다. 남은 생을 시와 함께, 시로써 팔팔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란다. 앞으로 최소한 다섯 권의 시집은 더 펴낼 생각이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를 즐기는 그의 성향이 시집에 잘 반영돼 있다. ‘어차피 조로(早老)나 조로(朝露)나 매한가지(시 ‘조로 또는 조루’)’,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시 ‘비밀’)’라는 식이다. 시집 서문에서조차 ‘시(詩)는 시적(是的)인 것임을 시인(詩人)으로서 시인(是認)한다’, ‘상(賞)으로 상(傷)을 당할 일도 아니고 시비(詩碑)로 시비(是非)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는 그이다.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시, 가장 자신을 닮은 작품에 애착이 간다. 자로 재듯 온몸으로 세상을 재며 평생을 살아가는 자벌레의 모습을 그린 시 ‘자벌레’, 방망이로 두들겨 만드는 방짜징을 ‘죽도록 맞고 태어나/평생을 맞고 사는 삶’이라 슬프게 노래하는 ‘방짜징’ 등이 특히 그렇다.

 

그동안 ‘청원, 내 고향’, ‘청주’, ‘청주 가는 길’ 등 고향에 관한 시를 발표하곤 했던 홍 시인. 이번 시집에도 무심천이 등장하는 ‘귀향’이라는 짧은 시 한 편을 실었다.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청주에서 보냈고 세광고와 청주상고에서 9년간 교편을 잡은 그에게 고향은 끝없는 시상의 원천이 된다.

 

가장 존경하는 시인은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그에게 가장 위대한 시인이요 시인의 스승이며 무궁무진한 시의 원천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이 모두 잠든 새벽 3시에 일어나 우주와 독대하기를 좋아한다. 그 감흥을 시로 풀어낸다.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에 혼자 깨어 있다는 생각으로 우주와 마주하면 모든 생각이 모아집니다. 제 시의 거의 전부가 이렇게 자연의 말씀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홍 시인. 그래서 앞으로 더욱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연에 가까운 작품을 쓰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시를 쓴다고 해도 한 송이 꽃을 보면 부끄럽지요. 한 포기 작은 풀을 보면 창피한 생각이 들지요. 한 그루 나무를 보면, 바위를 보면, 산을 보면, 강을 보면, 바다를 보면 시인의 기는 팍 죽어버립니다. 그러나 그런 기를 살리는 것이 시와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시인은 현재 (사)우리시진흥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시진흥회는 1987년 이생진, 임보, 채희문, 홍해리 시인 등으로 구성, 창립한 ‘우이동시인들’을 기원으로 한다. 현재 150여명의 회원들이 전국 각지와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시진흥회는 매달 시낭송회를 개최하며 월간 ‘우리시(詩)’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독자가 읽어가면서 느끼고 상상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에 평론을 싣지 않았다. 느끼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도서출판 우리글, 138쪽, 8000원.

 

 

 

 

 

'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터뷰 人 : 시인 홍해리 / 청주 KBS  (0) 2010.06.27
[스크랩] ^^홍해리 선생님의 시집 낳으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0) 2010.06.13
<인터뷰> 동양일보   (0) 2010.06.08
洪海里 시집『비밀』출간/ 연합뉴스  (0) 2010.05.30
<시가 있는 풍경> 사랑에게  (0) 201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