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고향을 노래한 시 3편

洪 海 里 2010. 6. 8. 14:28

 

청원淸原, 내 고향

 

洪 海 里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 한가운데

청주를 알로 품고 있는

푸른 자궁인 청원, 내 고향

언덕의 맑은 들바람은 늘 바다가 그리웠나니

그리운 마음 푸른 하늘에 띄우고

영혼의 그늘 찾아 꿈으로 가는 길

허공처럼 멀고 하염없어도

마음은 비단길이니 누가 막으랴

세월이 가도 새로운 정은 무심으로 흘러

어머니 품처럼 포근할 뿐

타향에 와 뿌리가 흔들리는 사람들

어찌 고향 땅이 유난하지 않으랴

알싸한 알토란 같은 그곳 사람들

후후 불어 넘기는 얼큰한 국밥 같은 정

맑고 너른 대청호 물빛 같이만

넉넉하고 느긋하거라.

              - 시집『황금감옥』(2008)

 

淸州

 

 

빈 가슴을 채울 것
하나 없어도
무심천 물빛이나
참나무 숲에 어리는
결 고운 바람으로
가슴은

충만하다.

비어도
비어 더 채울 것 없고
차도
비어서 더 채울 것 없는
비인 산
가득 내리는 별빛
그리고
가을 저녁의 달.

모래밭의 모래알로
바람 속의 바람으로
묻혀 있다가
오동잎 지듯
떠나와도
향긋한 充溢충일, 말가한 피가
수수밭 하늘ㅅ가
풀꽃이 피어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청주 가는 길

 

 

플라타너스
기인 터널을 지나면
내 고향
淸州가 배처럼 떠 있고
상당산성 위로
고향 사람들은 만월로 빛난다


봄이면
연초록 연한 이파리들이
손을 모아 굴을 만드는
서정抒情


여름이면
초록빛 바닷속
아늑한 어머니 자궁으로
넉넉히 새끼들을 기르고


가을이면
서걱이는 갈빛
포근한 안개가 금빛 들을 감싸  안는
豊饒


겨울이면
맑은 뼈마디로
장성한 자식들을 떠나 보내는
어버이처럼
흰눈을 쓰고 서 있는
고고孤高


플라타너스의 연륜의 이마
그 밑을 지나 고향에 닿으면
늘 그렇듯
무심천 물소리처럼
우암산 바람결처럼 
비인 듯 충만한
그곳 사람들.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감히, 시인에게 말을 걸다 = 김석준 지음.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 중인 저자의 문학평론집.

이생진, 정진규, 유안진, 신달자, 최동호, 홍해리, 홍신선, 문무학, 최준, 오세영, 이태관, 박은수, 이정록, 류승도 등 시인 14명의 작품론을 담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비평은 결코 단순한 해설일 수 없다"며 "비평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현사실적 사태에 대한 인간학적 고찰인 동시에 그것의 언어적 승화의 형식"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90인에 이르는 시인들의 작품을 분석한 또 다른 평론집 '무덤 속의 시말'도 같이 펴냈다.

종려나무. 286쪽. 1만5천원.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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