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시> 워낭을 울리다 / 을해년이 저기 가네

洪 海 里 2010. 12. 29. 04:43

워낭을 울리다

 

洪 海 里


섣달그믐에서 正月 초하루까지
한 해를 가며 乙酉의 닭은 울었다
신선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힘차게 홰를 치고
오는 한 해의 잣대를 丙戌의 개에게 넘겨주었다
컹컹대며 달려갈 미지의 세계
희망이란 늘 먼 곳에 있어
우리는 청맹과니처럼 귀머거리처럼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야
세월이여, 때로는 쉬어가는 여유도 있기를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기원하노니
올해는 어둔 곳 없이 비추기를
두루두루 환하기를
백지 한 장 앞에 놓고 마음속 워낭을 울린다.
                                                         (2006)

 


 

* 경인년이 신묘년으로 바뀌는 것뿐

달라지는 게 무엇인가?

오는 한 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을 일이다.

2010. 12. 30.

눈이 소복하게 쌓인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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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亥年이 저기 가네

 

 洪 海 里

 

 

계절의 열차가

어느 역에 머물다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세월은 늙은 창녀, 우리 곁을 파고 들지만

새로운 탄생을 위해

세밑은 그래도 뜨겁게 부산커니

서초동의 삼풍 분노, 연희동의 비자금도

마른 낙엽처럼 날린 한 해의 종착역

무한궤도의 은하열차

우리들은 승강장에 서서

너에게 안녕! 을해년이여

 

찬 바람 부는 적막의 산하

눈 속에 움츠린 보리싹들을

병자년 봄빛으로 꿈에서 키우나니.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