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한라산을 마시다

洪 海 里 2011. 1. 23. 04:41

 

 

 

한라산을 마시다

 

洪 海 里

 

 

제주 표선 바닷가에 홀로 앉아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한라寒裸의 山 '한라산'漢拏山을 마신다

백옥의 관을 쓰고

빙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한라산

조근조근 말을 걸어오는 바다

한 해가 저무는 섣달 보름 다 저녁때

산록에서 사슴들 뛰어노는 소리

한란寒蘭청향淸香가슴으로 흐르는

차밭에서 날아오는 눈 맑은 바람 따라

때로는,

우리도 1,950m 높이쯤은 취해야 한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명명明明하다면

차라리 바닷속으로 뛰어들 일이다

한라산이 바다로 뛰어드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불륜不倫/佛輪인가

몸속에서 '한라산바다'가 출렁인다

이제 제주엘 간다 해도

한라산은 올라갈 수 없다

내 몸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 시집『독종』(2012, 북인)

 

 

 

 

 

 

 

* 한라산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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