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우이동솔밭공원

洪 海 里 2010. 11. 26. 04:22

 

 

 

우이동솔밭공원

 

洪 海 里

 

 

백년 묵은 천 그루 소나무가 방하착하고

기인 하안거에 들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무속 결 따라 신들의 궁전으로 가는 길

울려나오는 금강경의 물결도 숨죽이고 흐른다

수천수만 개의 푸른 붓으로 비경秘經을 새기고 있는

노스님의 먹물은 말라붙어 버렸다

땅속 천 길 이엄이엄 흐르는 천의 냇물이여

내 마음의 다랑논에 물꼬를 열어 다오

바람의 땅 낮은 곳을 따라 흐르는 온전한 물소리

잠깬 물고기 한 마리 날아올라

천년 세월을 면벽하고 나서 쇠종에 매달리니

바람이 와! 화엄華嚴의 춤을 춘다

무거운 침묵으로 빚은 야생의 시편들

눈 밝은 이 있어 저 바람의 노래를 읽으리라

귀 밝은 이 있어 저 춤을 들으리라

마음 열고 있는 이 있어 물처럼 흘러가리라

저들 나무속에 숨겨진 비경을 나 어이 독해하리

잠깐 꿈속을 헤매던

속눈썹 허연 노스님이 땅바닥에 말씀을 던져 놓자

시치미를 뚝 떼고 있던 소나무들

몸 전체가 붓이 되어 가만가만 하늘에 경을 적고 있다

잠 못 드는 비둘기 떼 파닥이며 날아오르다

소나무 주위를 푸르게 푸르게 맴돌고 있다

북한산이 가슴을 열어 다 품고 있는 것을 보고

구름장 하얗게 미소 짓고 소리없이 흐르고 있다

이윽하다

좀 좋은가.

 

- 시집『독종』(2012, 북인)

                    -『우리詩』(2011. 8월호)

                  

 

 

 

* 덩굴용담의 꽃과 열매는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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