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성물

洪 海 里 2014. 4. 1. 08:06

 

성물

 

 

洪 海 里

 

 

소변을 보기 전

반드시 손을 씻는 친구가 있었다

대부분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데

더러운 손으로

성물性物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그의 단호한 주장이었다

성물이 성물聖物임에 틀림없다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만드는

귀물貴物이니 누가 아니라 하랴

그로 인해 인류의 긴긴 역사가

이어지지 않는가

함부로 만졌다간 패가망신하는

물건이긴 하지만

잡지 않고 볼일을 보지 못하는

사내들이여

이제는 일 보기 전 반드시 손을 씻으시게

성물은 석물石物이 아니라도

단단하고 빳빳해야 하느니.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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