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삼일절 홀인원

洪 海 里 2011. 6. 15. 04:15

 

삼일절 홀인원

洪 海 里

국경일에는 골프를 하자
힘 뒀다 무엇 하고 돈 뒀다 또 뭘 할 것인가
파란 새싹 돋아나는 잔디밭에서
홀마다 태극기를 꽂아 놓고 채를 휘둘러 공을 날리자
보기를 범하면 어떻단 말인가
버디나 이글을 잡으면 하늘에 뜨지
푸른 잔디밭 가로질러 신나게, 신나게 공을 때리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굿샷! 굿샷! 을 외쳐대면서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파릇파릇 잔디들이 눈물로 노랠 부른다
힘껏 휘두른 클럽에 맞은 공, 공, 공,
가라는 구멍으로 가지를 않고
찍소리도 못하는 죄없는 풀잎들
눈퉁이 뒤통수나 맞혀서 별이나 달아 준다
애먼 풀잎 뜯어 놓고 큰소리치는 나라
신문과 방송이 시끄럽다고
클럽과 공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골프나라 만세!'

                         (2006. 3. 9.)


 

 

* 국무총리라는 자가 삼일절에 골프를 쳤다고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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