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시> 대나무론

洪 海 里 2012. 1. 15. 04:06

 

대나무론

 

洪 海 里

 

땅속의 一자 뿌리가 벋어나가며

지상으로 ㅣ자 몸을 올려

대나무는 ㅗ자 상징을 짓는다

비 온 다음날

사무치게 솟구치는 푸른 울력

고고呱呱를 내지를 새도 없다

뿌리줄기가 마디방을 만들면서 옆으로 길 때

지상에선 한 층 한 층 마디탑을 쌓고

천년과 찰나를 품어 지극한 청탑靑塔을 이룬다.

수천수만의 입술로 종소리를 내는

대나무는 더할 수 없이 가볍지만

마디 속마다 천의 소리를 기르기 위해

몸 굽혀 맞은 바람을 고요 속에 잠재운다

백년을 참다 꽃을 쏟아내면 이내 죽지만

아까울 것 하나 없다

대는 토막토막 잘리면 소리꽃을 피워

가슴속에 한과 신명을 짚어내고

갈기갈기 찢기면 삽상한 바람으로 고단한 땀을 들여 준다

오동梧桐에 깃든 봉과 황 보라

죽실竹實을 물고 천리를 날아간다

대나무는 죽어도 소리와 바람으로 천년을 산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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