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무극장락無極長樂

洪 海 里 2012. 5. 22. 04:07

 

무극장락無極長樂

 

洪 海 里

 

 

악을 써도 시는 써지지 않는다.

악이 악이 되어야 시가 선다.

 

날것인 말로 꽃도 달고 열매도 맺게 하라.

그물에 꽂힌 은빛 멸치의 몸부림으로

네 뜰에 꽃이 피거든 안부 전해 다오.

풀에 나무에 열매 달리거든 손 모아 절하거라.

 

마음 하나 늘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함부로 몸 열어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게 하라.

네 입맞춤으로 눈 번쩍 뜨이는 봄날이라고

허공대천을 마구 내닫지 말거라.

 

낙락한 마음으로

가다가 빨간 신호등도 마주쳐야 된다.

바락바락 악을 쓴다고 안 될 일 될 일 없다.

한 편의 시도 '그냥' 좋으면 '그만'이다.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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