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장락無極長樂
洪 海 里
악을 써도 시는 써지지 않는다. 악이 악樂이 되어야 시가 선다.
날것인 말로 꽃도 달고 열매도 맺게 하라. 그물에 꽂힌 은빛 멸치의 몸부림으로 네 뜰에 꽃이 피거든 안부 전해 다오. 풀에 나무에 열매 달리거든 손 모아 절하거라.
마음 하나 늘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함부로 몸 열어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게 하라. 네 입맞춤으로 눈 번쩍 뜨이는 봄날이라고 허공대천을 마구 내닫지 말거라.
낙락한 마음으로 가다가 빨간 신호등도 마주쳐야 된다. 바락바락 악을 쓴다고 안 될 일 될 일 없다. 한 편의 시도 '그냥' 좋으면 '그만'이다.
- 시집『독종』(2012, 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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