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洪海里 시인과 풍란

洪 海 里 2012. 7. 30. 16:01

 

 

복더위에 피는 소엽풍란小葉風蘭.

 

을 보니 홍해리 선생님이 생각나

읽다 둔 시선집『시인이여 詩人이여』의 시 몇 편과 함께 내 보낸다. 

 

 

 

 

 

 

牛耳洞 詩人들

 

 

 

시도때도없이 인수봉을 안고 노는

도둑놈들

 

 

집도절도없이 백운대 위에 잠을 자는

도둑놈들

 

 

죽도밥도없이 우이천 물소리만 퍼마시는

도둑놈들

 

 

풀잎에도 흔들리고 꽃잎에 혼절하는

천지간에 막막한

 

도둑놈들!

 

 

 

 

 

 

시인이여 詩人이여

- 시환詩丸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 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 속에 새겨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 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 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이 저녁엔 물결 위해 마음 띄우자.

 

 

 

 

 

 

난초밭 일궈 놓고

 

 

 

백운봉 바위 아래 한 뼘 땅을 갈아엎고

 

 

몇 그루 난을 세워 바람소리 일으키니

 

 

그 바람 북으로 울다 피리소리 토해내고

 

 

푸른 칼날 번쩍이며 달빛 모아 춤을 엮네.

 

 

 

 

 

 

다시 보길도에서

 

 

노화도 이목에서

맑은 물로 마음 한 번 헹구고

청별나루에 내리면

 

 

이별을 안고

맞는 적자산 이마 아래

젖은 머리 쳐들고

꺼이꺼이 꺽꺽꺽

우는 물결아

 

 

발목 잡고 매달리는

푸른

치맛자락도

 

 

예송리 바닷가 검은 자갈도

중리 맑은 모래밭이나

선창바다도

 

 

팽나무 감탕나무 후박나무 소나무

가슴마다 못을 박고

 

사는 일이

결국 슬픔을 준비하는

바람인가

 

 

부용동 동백꽃도

숯불 같은 가슴만 태우며 떠나가고

 

 

룰룰룰 루루루루

자르륵짜르륵

울며불며

보길도가 가슴에 뜨네.

 

 

 

 

 

 

옹기민속박물관

 

 

 

1

길이 보인다

조상들이 넘던 먼지 풀풀 황토길

그리움으로 젖어 있는

다정한 손길과 발길이

이곳에 오면

불쌍한 누이의 눈물도 맺혀 있고

어머니의 물긷는 소리

할머니의 한숨소리도 담겨 있다

새벽 일찍 거름을 내시던

아버지의 기침 소리

할아버지 바튼 호흡 무거운 어깨

그 너머 나란히 키재기하는

곰살궂은 장독대

햇살은 언제나 따숩게 쏟아지고

잘 곰삭아 익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아랫목에 별빛으로 고이는 술 내음

소금독에선 소금이 생활의 간을 맞추고

큰 독마다 오곡이 피우는 무지개

곰비임비 사랑을 쌓아 올리는

백제 조선의 마을 고샅고샅

천년 하늘을 씻어내리는

흰옷 입은 사람들의 정성이여,

 

이곳에 오면

천년이 보인다, 천년이 들린다.

 

 

 

 

 

 

2

멋 부려 꾸미지 않고

비어 있어도

배 불룩하니 느긋한 여유여,

그것은

우리의 누이였고 어머니였다

손을 얹으면 짜르르 피가도는 흙

그렇다, 흙은 우리의 몸

그 몸으로 빚은 우리의 형상들이

이곳에 서서 역사가 되어 있다

땅 기운 하늘 기운 바람의 혼까지도

신명이 나서 신이 올라서

스스로 노래하는 곳

어머니! 하고 부르면

아버지! 하고 부르면

어머니 아버지가 대답하는 곳

이곳은

문을 열어 놓은 넉넉한 곳간

그렇게 햇살 밝은 집 안팎

할머니 어머니 누이로 서 있고

사랑채 밖에는

할아버지 아버지로 형으로

옹기종기 모여 서 있는,

 

이곳에 오면

천년이 들린다, 천년이 보인다.

 

 

 

*옹기민속박물관 : 서울 도봉구 쌍문동 497-15(전화 9000-900, 관장 이영자)에 있으며

2,000점의 옹기와 옛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고 아름다운 단청도 감상할 수 있음.

 

 

 

 

 

 

은자의 북

 

 

나의 詩는 북, 은자의 북이다

삶의 빛과 향으로 엮는

생명의 속삭임과

격랑으로 우는,

 

북한산 물소리에 눈을 씻고

새소리로 귀를 채워

바람소리, 흙냄새로 마음 울리는

나의 시는 북이다, 은자隱者의 북.

 

 

 

 

 

 

소심 개화素心開花

 

한가을 둥근달

맑은 빛살로

바느질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밤 도와 마름하여

 

 

첫날밤 지샌

새댁

정화수

앞에 놓고

두 손 모으다

 

 

바람도 자는데

바르르

떠는

하늘빛 고운 울음

영원 같은 거

 

 

엷은 고요

무봉천의無縫天衣 한 자락

홀로 맑은

 

 

지상의 한 뼘 자리

젖빛 향기 속

선녀 하강하다.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